민원이 제기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행정기관에서 가장 쉽게 하는 말은 "예산이 없어서", "인력이 없어서", "상위법이 있어서", "소송에 질 수 밖에 없어서", "다른 데도 똑같은데" 이다. 한 마디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전체적인 공공성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항상 입으로만 외치는 군민들의 행복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제도개선에 발벗고 나서는 것 또한 공무원들의 사명이다.

해남군의 경관문제는 최근에 불거진 문제가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됐고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곳곳에 20층 이상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고 군청 바로 앞에는 6층 상가건물이, 매일시장 부근에는 13층 생활주택이 들어선다. 느닺없는 고층건물 열풍은 벌써부터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다.

곳곳에 교통혼잡과 주차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아무런 조화도 없이 곳곳에 건물이 우뚝 서 있다 보니 금강산이나 하늘을 바라볼 권리도 해남읍의 자연과 역사, 문화유적을 느낄 수 있는 권리도 계속 침해받고 있다.

또 자금난에 부딪쳐 짓다가 공사가 중단돼 도심 속의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건물도 늘고 있다.

현재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용도 지역별로 대형건축물 규모를 제한하며 난개발을 막고 있는 자치단체는 서울시와 제주도, 여수시와 전주시 등이 있고 속초에서도 최근 시민단체가 나서서 관련 조례 개정안을 발의해 시의회에 넘겨진 상태다. 또 많은 자치단체들이 경관심의를 보다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규제완화가 이뤄지며 현재 관련법상 제1종 일반주거지역과 자연녹지 등에서만 4층 이하로 층수가 제한돼 있지만 이들 자치단체는 관련 조례를 개정해 2·3종 일반주거지역은 물론 경관가치가 필요한 곳은 경관지구 등으로 지정해 층수를 제한하고 있다.

또 상업지역은 용적률을 하향 조정하는 식으로 사실상 층수를 낮추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여수시는 '여수밤바다'와 '아름다운 섬'이라는 도시 이미지를 해치는 고층 숙박시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자 난개발 방지에 나섰고 전주시는 옛 4대문과 한옥마을, 전동성당 등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고려해 주변 148만㎡에 대해 4층에서 6층까지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심도깊게 거쳐 허용여부를 결정하고 7층 이상의 고층 건물에 대해서는 건축행위를 전면 제한하고 있다.

규제를 강화한 조례개정이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지만 무분별한 도시개발을 막고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종합적인 도시계획까지 고려해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 자치단체의 조례 개정 취지다.

해남에 과연 고층건물이 필요한가? 이제 고민하고 토론하고 행정에서 해법에 대한 방향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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