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해남 곳곳에서 기호와 당이 적힌 옷을 입고 명함을 나눠주며 고개를 숙이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을 보니 선거철이 돌아왔음이 실감된다.

지금까지 선거를 돌아보면 '관계'가 '당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소속 정당·출신 지역·출신 학교·성씨 등 어떻게든 유권자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얼마나 많은 유권자를 내편으로 만들었냐가 당락을 좌우했다. 특정 지역에서의 표 쏠림 현상은 언제나 반복돼왔다. 선거에 누가 나왔는지도 모른 채 투표장에 간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다보니 선거철이 되면 전문 선거꾼들이 후보들에게 들러붙고 당선 이후 자신의 혁혁한 공을 내세우며 이권에 개입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선거풍토에 인한 폐해를 우리는 겪어 왔다. 승진을 대가로 돈을 받고, 선거자금을 마련코자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군수의 권한을 넘어서면서까지 인사에 개입하고. 3명의 역대 해남군수가 구속돼 실형을 선고 받고 군수직을 상실했다는 것은 해남군민들의 자존심을 무참히 무너뜨렸다. 군의 수장이 없으니 일부 공무원들은 군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자리만 지키는 경우도 봐왔다. 중요한 정책 결정을 미뤄두는 경우도 있었다. 군수뿐만 아니라 어떻게 저런 사람이 군의원이 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지난 선거 때 잘못 뽑았다고 후회하는 군민들이 많다. 하지만 학연·지연·혈연에 따른 선거풍토는 여전해 보인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며 자신과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후보에게 표가 쏠릴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선거풍토가 선거과정에서 정책은 사라진 채 후보들이 얼굴 알리기에만 치중하는 계기가 됐다. 여전히 상당수 후보들은 행사장만 쫓아다닌다.

정치신인의 등장을 어렵게 하는 선거풍토도 바뀌어야 한다. 특히 지방의원들은 당에 의한 자격심사에, 권리당원 투표로 공천자가 결정되다보니 정작 유권자보다는 당의 눈치만 보게 돼 정당 공천제의 폐해도 발생하고 있다. 후보의 정책 보다는 당을 보고 투표하는 선거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정치신인들이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차라리 관선 군수가 낫다'는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는 안타까움과 푸념 섞인 한숨은 지방자치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해남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유권자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냉정하게 후보들이 제시하는 정책과 자질만으로 판단해 보자. 여전히 얼굴 알리기만 하는 후보들에게는 표로써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해남신문은 지역내 사회단체와 함께 후보들에게 정책을 제안하고 공약화하는 해남시민사회연대(가칭)를 추진한다. 시민사회연대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 한발 물러서 가만히 지켜보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해 해남군의 주인으로서의 목소리를 높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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