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희(주부)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2010년 법무부 간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 당시의 놀라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공소권과 수사권을 행사하는 국가 기구인 검찰 조직마저도 여성 검사의 성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또한 그런 용기를 낼 때까지 수많은 날을 고심하며 보냈을 서지현 검사가 안타까웠다. 사실, 아무리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지만, 특히 남녀칠세부동석이며 은장도 등에 대해서 한번쯤은 듣고 자랐을 여성이 방송을 통해서 얼굴을 알려가며 그런 고백하는 것은 큰 결심이다. 그러나 서지현 검사의 용기로 세상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사회 운동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일회성 논란거리로 끝났던 성폭행 사건들이 미투 운동이 되어 문화예술, 교육, 종교 그리고 정치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위안부제도에 분노하는 이유가 일본이 국가 간 위계를 이용해서 철저하게 인권을 유린했기 때문인데 안태근, 고은, 이윤택, 김기덕, 배병우, 박재동, 조재현, 안희정 그리고 자살한 조민기 등의 성폭행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각자 종사했던 분야에서 거장이라거나 그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았던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당연히 아랫사람들에 대한 영향력이 컸을 거다. 그들이 있었던 그 자리는 위계가 질서라는 명분으로 굳게 자리 잡은 곳이었기에 그들의 행위는 권력형 성폭력이거나 성폭행이다. 그래서 그들의 죄질은 더욱 나쁘다.

경찰과 검찰이 이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언론도 미투 운동에 대해서 연일 보도하고 있으며 사회 곳곳에서 반성뿐만 아니라 주장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미투 운동의 반작용들이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면, 미투 폭로의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기 위해 여성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펜스 룰(pence rule)'이라는 게 등장했다. 회식이나 출장에서 여성을 배제하거나 여직원을 대면하지 않고 사내메신저로 업무를 지시하는 행위 등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통해 여성들이 다른 모습의 차별을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다. 게다가 어떤 세력들은 미투 운동을 여러 방법으로 이용하고 있거나 할지도 모른다.

미투 운동은 양성 평등실현이라는 목적을 갖는 사회운동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야 하며 절대로 정치권력에 의해서든 정치권력을 위해서든 이용되어선 안 된다. 오로지 여성인권보장의 정의의 기치로만 다룰 사회 운동이어야 한다. 정치인 안희정의 성폭행이 폭로되자마자 이를 공작과 세 싸움의 관점으로 보는 유튜브 영상들이 만들어져 퍼졌으나 그 또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성 영상이었다. 또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말들도 아직은 진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6.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우리 해남에서도 여기저기에서 후보 등록자들에 대한 성과 관련된 과거 행실이 확인도 되지 않은 채 벌써 떠돌아다니고 있다.

우리 해남은 벌써 부정과 부패로 연이어 군수 구속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는 군정을 혼란시켰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군민의 자존감에도 심한 상처를 주었다.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하여 6.13 선거에 출사표를 내민 이들은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함은 당연하며 우리 유권자들 또한 눈 똑바로 뜨고 정의롭고 청렴하며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보궐선거에 세금을 더 이상 낭비해선 안 될 일이다.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뽑는 지방 선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의의 이름으로 부정한 이를 걸러낼 자, 바로 우리 군민이며 유권자다. 정의의 이름으로 부패한 이를 걸러낼 자, 또한 우리 군민이며 유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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