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율(해남읍민)

 
 

2018년 오늘 해남군청 뒤편 해남읍성곽 유적에 대한 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시굴조사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원형보존을 위한 타당성 검토인지, 신청사와 더불어 주변 4차선 도로 공사를 위해 원형훼손을 정당화 하려는 시굴조사인지 현장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행정수요와 교통량에 대비하여 신청사 주변은 차도를 넓힐 계획을 하고 있단다.(해남신문 18.1.15) 그래서 해남읍성 일부를 훼손 또는 멸실하고자 한단다. 주변 진입도로는 모두 2차선인데 신청사 주변만 넓힌다는 것은 주변을 주차장화 하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지금껏 해남읍 도로정비 사업에 의해 뚫린 신규 도로 대부분이 '공공재'에 대한 무임승차 효과를 노린 '불법주차장'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도시재생과 활력을 꾀하고자 관공서들은 주로 도시 외곽으로 이전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해남군 신청사는 현 위치에 신축된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해남읍성의 상징성'때문이다. 그런데 그 상징물을 일부러 훼손하겠다니 대단한 괘변이 아닐 수 없다. 비지정문화재이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된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면 지정문화재라고 온전할까?

국가무형문화재 제 8호이자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된 강강술래의 경우를 보자! 1980년대까지도 해남군 전역의 마을들에서 행해지던 광경이 이제는 우수영이라는 공간에 갇혀 있다. 이것이 오늘날 문화재 행정의 현주소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역사적 유물 유적의 현장성과 사회성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모든 유물 유적에는 역사시대를 살아오며 특정시기를 살아낸 지역 공동체 구성원의 가치와 규범, 정체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것들과 어울어진 역사와 문화, 전통이 유물 유적의 현장성과 사회성을 부여하고 있다.

필자에게 해남읍성은 '격동하는 사회상에 대처하는 당시대인의 지혜와 실천이 응축된 상징물'로 읽혀진다. 1910년 일제는 '읍성철폐령'을 내려 전국의 읍성 대부분을 훼손·멸실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들이 허물어트리고자 했던 '그것'이 그저 물리적 구조물 뿐 이었겠는가?

관계 공무원이 할 일은 읍성훼손이 아니라 해남읍성의 가치를 '스토리텔링' 등의 문화적 재구성을 통해 현대적 공감으로 살려 내고, 계승 가능할 만한 현시대의 문화 전통으로 변용할 만한 실천적 요소를 궁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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