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0번째 주인 하와이는 137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섬 중에 화산활동과 풍화작용으로 인한 특이한 지형과 원시자연을 그대로 보존한 섬이 영화 '쥬라기공원'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카우아이섬이다.

1950~70년대까지 카우아이 섬 주민들은 주민 대다수가 범죄자나 알코올 중독자 혹은 정신질환자로 대를 이어 지독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미국의 소아과, 정신과의사, 사회복지사, 심리학자들이 포함된 연구자들은 1955년에 이 섬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 833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가정환경과 사회 환경이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추적 조사하는 대규모 종단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20여년 간의 연구결과는 지금은 우리가 상식적으로도 알 수 있는 "결손가정, 빈곤, 원만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비행비율이 높거나 사회 부적응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라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심리학자 에미 워너는 방대한 조사 자료 속에는 이것 말고 또 다른 함의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녀는 자료 재분석을 통해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201명중 1/3에 이르는 72명이 예상과는 다르게 정상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더 훌륭하게 성장한 점에 주목했다. 어떻게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탐색결과 그 대답은 '사랑' 이었다. 그들에게는 삶의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공통된 속성이 있었다.

그 근원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 아이들을 무한한 사랑으로 지지해준 가족·친척·이웃이었다. 적어도 한 명이상의 헌신적인 지지자가 있었다면 그 지지자의 사랑과 기대 속에서 아이들은 성장과정에서 자신의 존재의미를 확실히 알고 강한 자존감과 긍정성을 지니게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를 믿어주고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한 사람이 있으면 아무리 끔찍하고 어려운 상황이라도 견디어내고 밝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한 사람은 사랑과 존중과 신뢰에 바탕한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는 소통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밑바닥까지 떨어졌어도 좌절하거나 포기하기 보다는 다시 튀어 오르는 능력을 심리적 회복탄력성(Psychological Resilience)이라고 부른다. 심리적 회복탄력성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얼마든지 향상시킬 수 있다.

회복탄력성은 감정통제력, 충동통제력, 낙관성, 원인분석력, 공감능력, 자기 효능감, 적극적 도전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것이 높을수록 역경, 고난,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를 극복해내고 다시 일어설 확률이 매우 높다.

작년 여름과 같은 혹서와 가뭄 속의 오아시스, 올 겨울 같은 혹한 속에 따뜻한 화톳불이 되어줄 사람이 나에게는 있는가? 나는 그 누군가를 무조건 믿어주고 공감해주고 응원해주는 그 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는가?

설 명절이 돌아온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가족들과 친척, 그리고 친구, 이웃들 속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외롭고 힘든 한 사람 곁에서 믿고 지켜보며 용기를 주는 또 한 사람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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