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신(해남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설마 '표가 아니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 그건 우리가 챙겨야 하는 것이 아냐' 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동안의 지방선거에서 아동·청소년정책을 내놓는 후보가 있었는지 기억이 없습니다. 지원금이나 수당을 주겠다는 것이 아닌 해남의 아동·청소년 전체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만들어진 정책은 있었는지 정말 기억이 없습니다. 어려운 개인이나 가족에게 지원금이나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군민과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지역사회환경이나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도 예산이 투자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정된 재화를 배분하는데 우선순위와 균형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간의 경험으로 보면 '표가 되는 분들'이 민원을 제기하거나 여론을 형성하면 이용자의 수요와 이용가능성, 예산중복, 우선순위, 지속가능성, 세대간 분배 균형 등을 따지지 않고 일을 추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세금을 쓰는 일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소수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표권자, 사회적 다수, 여론형성에 유리한 집단 등 힘을 가진 집단에게 재화가 쏠리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의 방식으로 고른 지역발전이 이루어지고 군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높아졌는지 묻고 싶습니다.

'아동·청소년정책은 교육부나 교육청 소관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와 전라남도교육청과 해남교육지원청은 학교교육에만 국한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의 성장발달과정에서 학교교육은 전부가 아니고 일부분입니다. 교육행정가들이나 교사들은 평균 2년 정도 지역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일하다가 자리를 옮깁니다. 해남군의 교육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교육전문가라 할지라도 이런 시스템에서는 지속적인 발전과 변화를 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해마다 해남군교육계획이 나오지만 계획을 위한 계획의 반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민이 참여하고 도민이 결정해서 교육감후보를 내자고 하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교육정책에 대해 도민들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지켜보고 지원한다면 변화는 시작될 것이고 그 변화는 새로운 경험과 배움과 성장을 가져다주겠지요.

저는 해남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의사가 있는 후보자들에게 아동·청소년정책을 고민하고 마련해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 혼자 이야기해서는 안되는 일이니 많은 분들이 함께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학부모님들이나 학부모가 되실 분들은 정치인들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소수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부모가 어른들이 목소리를 내고 도와야 합니다. 아이들을 기르기에 좋은 해남이 되는 것은 정치인이나 교육행정가들만의 몫이 아닙니다.

사실상 아이들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본연의 잠재력이 발현되도록 길러주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부모의 몫이 더 큽니다. 정치인들이나 교육행정가들에게 맡겨서 나는 고민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고 싶겠지만 현실적인 바람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힘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부모가 보호하고 대변해야 합니다. 해남군을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좋은 지역으로 만드는 것은 꾸준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해남군이 아이들에게 어떤 토양이어야 하고 어떤 유산을 남겨야 할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군민을 대신해 일하는 일꾼들에게 아동·청소년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라고 말해주십시오. 아이들을 위해 일할 계획과 의지를 가진 일꾼을 선택해주십시오. 일꾼들의 주인은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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