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초 소나무 120그루 피해 심각
예산없어 발 동동,임시방편책만

▲ 소나무 잎 곳곳이 갈색으로 변해있는데 지난해 여름과 비슷한 상황여서 병해충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일부 소나무는 솔방울이 가득 열려 죽기 전 상황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 소나무 잎 곳곳이 갈색으로 변해있는데 지난해 여름과 비슷한 상황여서 병해충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일부 소나무는 솔방울이 가득 열려 죽기 전 상황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해남동초등학교에 있는 소나무 120여그루가 지난 몇 년동안 병해충과 주변 토양의 답압 피해(땅이 다져져 공기와 영양분이 통하지 않는 상태)로 시들시들해지고 있지만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그대로 방치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해남군은 학교 측의 요청으로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해 전문가에게 의뢰해 피해현황과 복구대책 방안을 조사하도록 해 보고서까지 받았지만 예산이 많이 들고 다른 학교와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학교 측에서 알아서 하도록 통보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해 6월 A 나무병원이 해남군의 의뢰를 받아 조사를 끝내고 내놓은 '해남동초등학교 내 소나무 피해현황 및 복구대책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이후로 소나무 병해충인 진딧물과 응애류 피해는 물론 소나무 주변 토양 답압 피해로 학교 운동장 둘레에 생립하고 있는 소나무 대부분이 점진적으로 쇠약해 시들시들해지고 있지만 제대로 방제나 영양공급이 안되고 있어 일부는 육안상으로도 피해도가 크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나무는 동초등학교가 설립될 당시 기념식수로 심어진 것으로 수령이 100년 이상된 나무인데 현재 피해 나무만 112그루로 동초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 대부분이 해당된다.

실제로 지난 15일 학교를 방문해 살펴보니 소나무 잎 곳곳이 갈색으로 변해 있었는데 지난해 여름 조사 때와 비슷한 모습이여서 낙엽형태가 아닌 병해충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소나무는 솔방울이 가득 열려 죽기 전에 종족번식을 위한 한 단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운동하는 사람이나 학생들의 출입으로 소나무 주변 토양이 밟히고 다져져서 뿌리가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이다.

이에 따라 나무병원 측은 소나무 뿌리가 충분히 정착해 발육할 수 있도록 덮고 있는 흙을 걷어내고 목재데크나 자갈 부설 등 생육환경을 조성해 줄 것과 정기적으로 병해충 방제와 영양제 공급으로 나무의 기(수세)를 최대한 안정화 해줄것을 요청했다.

당시 조사에 나섰던 나무병원 측 관계자는 "당장 소나무가 고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세가 많이 약해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며 최소 5년 이상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최소 5년 동안 해마다 5000만원씩 2억5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해남군은 보고서만 받아들고 후속대책 마련없이 이 보고서를 그대로 학교 측에 전달만 했다.

해남군 관계자는 "예산이 적게 들면 고려를 해 볼 상황였는데 상상 외로 예산이 많이 들어 군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였으며 특히 해남군의 보호수 지정 요건에도 들지 않아 예산을 지원할 근거도 없고 동초에만 예산을 지원할 경우 다른 학교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보고서만 전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형평성 문제가 걱정됐다면 다른 학교들에 대해서도 같은 조사를 실시하고 교육청이나 학교들과 협의를 거쳐 순차적인 접근이나 문제 해결 방안을 공유하는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학교 시설과 학교 환경도 궁극적으로는 해남군과 해남군민의 자산이요 얼굴인 상황에서 문제를 파악하고도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발만 쏙 뺀 상황여서 제대로 된 행정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소나무 피해가 계속되자 학교 측은 전라남도교육청을 설득해 올해 소나무 피해 복구비로 3000만원을 요청해 거의 확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임시방편책에 불과하고 내년 이후에 예산확보 방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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