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목인(色目人)은 중국 원나라 때 아라비아, 중앙아시아 등 서역에서 온 외국인을 통틀어 이르던 말로 피부색이나 눈동자의 색이 동아시아 사람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색목인들은 원나라 제국형성에 기여한 공로로 지배계급인 몽골인들은 색목인이라 불리는 이슬람 사람들을 우대하는 정책을 폈다.

고려시대의 향악곡의 하나인 쌍화점에는 "쌍화점에 쌍화 사러 갔더니 회회(回回)아비가 내 손목을 잡더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회회아비는 아랍인으로 고려가 원나라의 영향권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몽골인들과 색목인들이 들어와 살았던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국가적으로도 전문지식과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귀화를 장려하고 혜택을 부여하기도 했었다.

800여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색목인과의 관계가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 이명박 정부시절에 아랍에미레이트(UAE)와 원전수주를 위해 이면합의로 유사시 자동군사개입을 약속한 군사협정이 체결했음이 밝혀진 이번 사태는 몇 가지 점에서 대단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첫째, 국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중동국가와 일정한 조건으로 서로 원조를 약속하는 일시적 결합인 동맹(同盟) 관계를 넘어서 희생을 감수하면서 도와주는 형제국가 혈맹(血盟)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 헌법 제5조 1항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헌법 제60조 2항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라는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셈이다.

둘째, 합의에 근거해 파병된 아랍어로 '형제'라는 의미의 특전사 아크부대는 수니파, 시아파간 헤게모니 다툼이 극심한 중동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자동개입의 인계철선(Trip Wire)의 역할을 하게 되어 버렸다. 자국군대를 파병해 놓고 UAE 동의 없이는 독단적으로는 철수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UAE에 건설하고 있는 원전이 시아파의 맹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반군의 미사일공격 위협을 받은 적도 있기 때문에 자기의사와 상관없이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다분하다.

셋째, 전통적 우방인 미국 이외에 제3의 국가와 불합리한 협상선례를 만들어 놓음으로 장기적으로 국제관계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협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자초하게 되었다. 군대는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임에도 경제문제에 '원 플러스 원' 처지가 되어 버렸다. 이번 사태는 상호방문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고 형제국가로 발전을 희망한다며 수습국면에 들어갔다.

성경 잠언에 "많은 친구를 얻는 자는 해를 당하게 되거니와 어떤 친구는 형제보다 친밀하니라"라고 했듯이 이해타산을 따지면서 겉으로는 형, 동생 하거나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친구는 해를 불러온다. 진정한 친구는 힘들고 어려울 때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존재이며 서로 생각과 사상이 통하는 존재이다.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의지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필요한 것은 삶 속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국제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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