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해남공고 교사)

 
 

'해남군 대표축제가 없다. 축제를 성공시키려면 기발한 발상이 필요하다' 흔하게 듣는 말이다.

과연 축제란 무엇인가를 생각이나 해보고들 했던 말인가. '남들 다 돈 버는 데 우리만 손 놓고 앉아있는' 것 같은 마음에 쫓겨 뭔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축제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만 높였던 것은 아닌가?

차근차근 짚어보자. 축제는 쑈가 아니다. 쑈가 외부인, 전문가들 모셔와 현지인에게 보여주는 구경거리 판이라면 축제는 현지인의 삶이 주가 되고 외지인들이 구경 와서 놀고 함께하는 잔치다. 현지인이 주가 된다는 것도 음미해보자. 어느 지역의 삶, 생산활동, 이와 연관된 놀이나 문화나 일을 정점의 시간대에 외지인들에게 보여주며 함께하는 장관이 축제라고 정의할 수 있다. 토마토가 많이 생산되는 어느 지역에서 토마토를 수확하는 시기에 토마토의 생산과 수확과 연관된 놀이나 문화, 생산물을 현지인들은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외지인들은 이를 신기한 눈으로 보고 즐기며 한마음이 되어보는 것이다. 형편이 어찌되든 토마토 축제를 벌이고 이어가고 성공하려면 품질 좋은 토마토가 많이 생산되어야 한다. 토마토 사다가 쌓아놓고 벌이는 것은 쑈일 뿐이다.

대체 우리에게 어떤 축제 거리가 있는가? 명량축제가 성공하려면 명량해전의 실감나는 재현, 그 전쟁의 승리에 기여했던 지역민의 강강술래를 감동적으로 재현하는 요소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축제의 정점이랄 수 있는 해전의 재현에는 돈이 많이 들뿐만 아니라 어렵고 위험하다. 겨우 해전 모양새를 갖춘다 해도 실감나지 않는다. 영상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지만 평범해선 사람 모으기 어렵다. 해전씬을 영상으로 만들어 출렁이는 바닷물 위에 비춘다면 새로울 수는 있지만 영상을 만들기도, 해마다 새롭게 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강강술래를 축제의 중심에 놓으면 좋을 듯 하지만 강강술래가 지역민들 사이에 뿌리 깊게 전수되어오는 형편이 아니다. 일을 성공시키려면 기반을 다져야 하듯 마을마다 강강술래를 전수하고 일상화하는 사람들을 키우는 것이 먼저다. 장기적으로 이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반도 없이 우물에서 숭늉을 찾으면 반드시 실패한다.

돈 들여 외지인 불러오고 현지인들은 구경하는 쑈. 한 판 크게 벌여서 사람들을 끌어오면 숙식업 주유소 등 가게 장사가 잘 될 거고, 손님들 많이 올 때 물건 팔아 남기면 된다는 천박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천박한' 말에 반감이 이는가? 일회성 쑈로는 감동도, 해남 이미지도 살릴 수 없고, 수지타산도 못 맞춘다는 말이다. 기반 없이 일을 벌여서는 결코 사람을 끌어 모을 수도 없고 이익을 올릴 수 없다. 전국에 수백개나 되는 축제를 자치단체마다 벌이지만 성공하는 축제는 열 손가락으로 꼽기에도 모자란다.

해남도 마찬가지다. 수억을 들이지만 그냥 엿장수나 노점상 배불려주는 정도다. 차기 선거에 단체장이 홍보용 업적으로 축제를 선전하려 하니 기반도 없이 무조건 벌이고 보자는 축제를 더욱 부채질한다. 축제를 열만한 아무 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축제의 성공가능성은 시쳇말로 '1'도 없다. 진짜로 말이다. 기반을 만들 때까지는 불필요하게 돈 쏟아 붓지 말고, 담당자들 고생시키지도 말고 차라리 군민들에게 돈을 나눠서 주자.

자치단체 선거에 열심히 뛰시는 후보님들 부디 새기시라.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