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이라고 하면 오일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얼음박스에 가득 쌓인 생선, 제철을 맞은 나물과 과일 등의 좌판이 길가에 주르륵 늘어서 있고 그 앞을 지나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과 아주머니는 조금 더 많이 달라며 흥정하는 풍경이 가장 흔한 이미지일 것이다.

그런데 흔히 떠오르는 장날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이색적인 장이 해남에서 열리고 있다. 바로 모실장이다. 나무에 둘러싸인 공원에 좌판이 펼쳐지고, 어린 아이들이 웃고 뛰어놀며, 때로는 아름다운 음악 공연이 열리거나 영화 관람이 진행되기도 하는 생활문화장터다.

모실장은 지난 2014년 2월 시작돼 벌써 4주년을 앞두고 있다. 귀농귀촌인을 비롯한 다양한 해남 군민들이 모여 직접 생산하고 제작한 물품을 판매해 꾸려가고 있는 장인데 다양한 장꾼들이 함께 하며 서로의 가치를 나누고 있다. 보통은 매달 셋째주 토요일마다 열리고 여름철에는 군민들을 위해 야시장을 열기도 한다.

장에 판매되는 물품도 일반적인 장과는 사뭇 다르다. 내 이웃과 내 가족을 생각하며 농사지은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부터 아껴 쓰고 환경을 지키자는 뜻에서 열린 아나바다 장터, 꼼꼼하고 정성스러운 손길로 만들어낸 수공예품 등 다채로운 물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모실장은 각자의 일정에 따라 참여하는 장꾼들이 달라져 이번에는 어떤 물품이 나올지 기대하는 것도 하나의 묘미다. 제철에 따라 농사지은 농산물은 기본이고 현산면 미세마을에서는 직접 만든 수제맥주를 판매하기도 했다. 직접 만든 수제청과 음료, 우리밀로 만든 건강한 베이커리, 핸드드립 커피는 단골 물품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전시회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던 이세일 목수도 모실장에 참여했던 바가 있으며 도자기, 뜨개질 등 생활물품 장꾼이 참여하는 날이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해남지역 뿐만 아니라 인근 강진과 장흥, 완도에서도 장꾼들이 방문하기도 한다. 해남 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서 '관계'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다양한 장이 열리고 있어 서로 교류하기 위함이다. 장흥에서는 마실장, 강진은 정거장, 완도는 장보고웃장 등이 열린다.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수많은 물품이 쏟아져 나온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모실장은 작고 소소한 삶의 가치,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간적인 관계를 되새길 수 있는 어울림의 공간이다. 모실장은 단순히 물품을 판매하는 행위 보다는 소비자와 소통하고 어울리며 새로운 공동체의 가치를 발견해가는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비자 또한 모실장에 없어서는 안 될 주체 중 하나다. 4주년을 앞둔 모실장, 함께 만드는 공간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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