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사 도로확보 위해 불가피
향토유적으로라도 지정해야

▲ 해남군청과 상가 건물로 가려졌던 해남읍성이 위용을 드러냈다. 신청사 신축시 도로확보를 위해 읍성의 일부는 철거하고 보존한다는 계획이다.
▲ 해남군청과 상가 건물로 가려졌던 해남읍성이 위용을 드러냈다. 신청사 신축시 도로확보를 위해 읍성의 일부는 철거하고 보존한다는 계획이다.

해남군 신청사 신축 부지에 포함된 해남읍성의 보존과 관련해 해남군이 일부를 철거하고 보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타 지자체는 읍성을 복원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반면 해남군은 도로 확보를 위해 읍성을 일부 철거키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남읍성은 해남에 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후대에 전해주는 중요한 역사적 증거다. 현재 남아있는 구간은 길이 99m이고 높이는 4~6.5m에 이른다. 그 동안에는 읍성 주변으로 군청 건물과 상가 건물이 들어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기 어려웠으나 철거 작업이 진행되면서 읍성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다.

해남읍성은 군 신청사 부지의 중앙부근에 위치한다. 그렇다보니 신청사를 신축할 때에 읍성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꾸준히 논의가 이뤄져왔다.

군은 해남읍성이 신청사 부지를 가로지르고 있는 배치이지만 보존할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청사를 지으며 도로를 확충한다는 계획이 잡혀있는데 해남읍성 일부가 포함될 수밖에 없어 일부 철거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군청 지하주차장 입구가 위치한 도로와 민원실 옆 도로가 폭이 접고 휘어 있어 병목현상이 일어나다보니 군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1개 차로를 더 확보한다는 것. 이 때문에 민원실 쪽 부지를 도로로 활용하면 읍성이 1.5~2m정도 포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군은 해남읍성이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문화재로 지정된 유적은 아니며 교통 편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설계공모가 3월까지 진행되는데 읍성 보존을 원칙으로 이뤄질 것이다"며 "이전에 해남읍성을 문화재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가치가 떨어져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일부 철거되는 구간은 근대에 새로 쌓았던 부분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해남읍성이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것은 원형보존이 되지 않고 훼손이 심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군청과 상가건물들로 인해 일부 구간만 드러나 있는데다가 읍성 위에는 민방위시설로 로프 등이 설치돼 있다 보니 지정 문화재로 선정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는 것. 이후 2000년 정도에 군이 지정하는 향토유적으로 지정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않고 흐지부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해남읍성이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것은 결국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방치한 것이 걸림돌이 된 것 아니냐며 역사적 가치는 충분하기에 지금이라도 향토유적에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성주군이나 밀양시 등 최근 타 지자체에서는 읍성을 복원해 전통의 가치를 되새기려는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고창읍성이나 서산 해미읍성 등은 보수공사를 통해 기존의 읍성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고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해남읍 A 씨는 "타 지자체는 새로 읍성을 축조하는 마당에 요즘 같은 관광시대에 일부라고 해도 도로 때문에 읍성 철거 논의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며 "역사적 의미가 있어서 여기에 짓자는 의견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설계공모를 해서 업체에게 끌려갈 것이 아니라 읍성을 충분히 활용하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 먼저 내놓고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해남읍성 문화재 시굴조사도 완벽하게 완료된 것이 아닌 상황에서 설계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보니 업체측에서 원형 보존을 원칙으로 삼고 설계한다 해도 읍성을 관광자원이나 휴식공간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읍성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방치됐던 만큼, 단순히 보존만 하는 것보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군민들이 함께 고심할 수 있는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해남읍 B 씨는 "해남읍성은 방치돼 있었던 데다 석축 배부름 현상 등 보수공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신청사 공사에 돌입하면 굴착할 때 붕괴 위험도 있어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서울에서는 유물들을 청사건물 내부에 전시하는 방안을 마련했고 일본과 유럽 등에서도 유적보존에 대한 선진적 사례가 많다. 필요하다면 해외답사를 통해서라도 읍성 보존에 대한 키워드를 얻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남군의회 서해근 의원은 "현재 부지 보상 문제로 주민들과 소송 중에 있고 해남읍성도 시굴조사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이를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 공모를 하는 것 보다는 조금 더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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