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리의 반절인 5리(약 2km)마다 심은 나무가 오리나무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설이다. 그런데 오리나무를 5리마다 심을 만한 특별함이 없고 거의 흔적도 없을뿐더러 물가나 저습지에 자라는 나무라 길가는 적지도 아니다.

오리나무의 라틴어 속명 Alnus의 어원은 '새의 날개'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물새의 대표격인 오리의 어근이 올히의 '올'이므로 Alnus는 이름 그대로 오리가 서식하는 환경에서 잘자라는 나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시말해 오리나무는 5리마다 심었다거나 오리를 닮았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식량을 생산하는 농경지로 바뀌기 이전에 저습지였던 곳에서 자라는 나무라는 뜻이 아닌가한다.

애그니스 피해가 컸던 1981년 여름, 초등학생이지만 부모님 대신 울력(노력동원)을 갔다. 수해로 산사태가 난 비탈면에 물길을 내고 경사면을 정리한 후 싸리나무와 사방오리를 심었다. 그해 겨울 눈오던 날 비료푸대를 들고 가 길게 난 물길에서 눈썰매를 탔다.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사방오리를 베어와 목걸이를 조각했다. 단단하고 치밀하지만 결이 없어 조각칼이 잘먹었다. 껍데기를 벗길 때 짙은 주황색물이 손을 물들였다. 고리를 달아 짝사랑하던 여학생한테 선물했는데 그 여학생은 아직도 나의 짝사랑을 눈치 못챘다.

마을동(洞)은 물을 공유한다(同)한다로 해석한다. 수계가 같고 수구가 하나이며 같은 샘을 쓰는 공간이란 뜻이다. 우리 동네는 10개의 반으로 이루어진 행정리 중 11가구가 사는 10반이었다. 윗동네 아랫동네로 나뉘어 각각 작은 샘이 있었다. 그 작은 동네에서도 윗동네와 아랫동네는 묘한 차이가 있었다. 일요일 애향단 활동을 할 때에도 삼거리부터 동구밖 다리까지 길청소나 꽃밭가꾸기는 같이 했으나 샘청소는 각각 따로 했다. 겨울방학 놀이였던 촛다를 할 때도 아랫동네 윗동네로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윗동네 샘 주변에 있던 나무가 바로 물오리나무이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 목이 마르면 샘 콘리트 난간에 허리를 대고 머리를 바짝 내려 물을 먹었다. 물론 위험하다. 그래서 우리는 샘옆 물오리나무 잎을 따 깔대기처럼 만들어 물을 떠 마셨다.

푸른 하늘이 내려앉은 샘에 파릇파릇한 물오리나뭇잎으로 물을 뜨면 작은 파도에 일렁이던 빡빡머리 내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