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소방서 사다리차 최대 52m
인근 아파트건립에 이전 논의도

▲ 지난 1997년 지어진 해남소방서 맞은편과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 지난 1997년 지어진 해남소방서 맞은편과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지난해 제천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소방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해남읍내 고층 아파트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화재 발생시 골든타임을 맞출 수 있을 지에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해남군에는 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 54곳이 지어져 있다. 여기에 파크사이드 2차, 코아루, 정하에코하임, 자연애, 센트럴팰리체, 한아름골드, 세영스위트 등 여러 아파트 공사가 추진 중에 있어 1000여세대가 넘는 공동주택이 추가될 예정이다.

기존에는 명지아파트, 백두3차아파트가 20층으로 가장 높았고 이외에 고층 아파트는 대체로 10~15층 높이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 지어진 해리LH와 해담음 3차는 20층 높이로 고층 아파트 대열에 합류했고 앞으로 지어질 아파트들도 20층 높이가 2곳, 15~18층이 4곳이나 된다.

한 층의 높이를 대략 3m로 추정했을 때 20층 아파트는 약 60m가 된다. 하지만 해남소방서가 보유하고 있는 고층 진압장비인 고가사다리차는 최대 52m까지 구조 가능해 17층 높이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10여년이 넘은 기존 고가사다리차를 폐차하고 6억원 가량의 새 고가사다리차를 투입한 것임에도 고층 아파트 꼭대기에는 닿을 수 없는 높이다. 이는 전국 소방서가 비슷한 실정이다. 소방헬기를 화재진압에 활용할 수도 있지만 자체 보유하고 있는 헬기가 없어 전남도에 요청해야 한다.

고층 아파트들은 지난 1992년부터 스프링클러를 갖추게끔 제도화됐고 2007년부터는 복도에 연기가 빠져나갈 수 있는 재연설비도 의무 설치하게끔 되어 있다. 옥내소화전, 유도등, 비상조명 등도 10층 이상 건물에는 필수다. 하지만 이 같은 소방설비도 작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데다 제천 대형 화재처럼 건물 외벽을 타고 불길이 치솟을 경우 진압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해남소방서 해남119안전센터 관계자는 "모든 건물들이 소방시설을 수시로 점검해야 하지만 고층아파트는 특히 대피로 확보 등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나 골목길은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소방장비가 빠르게 진입하기 어렵다. 고가사다리차는 길이만 해도 12m인데다 사다리차를 올리기 위한 지지대 아웃트리거를 펼치려면 폭 5m가 확보되어야 한다"며 "소방장비는 크기가 크다보니 좁은 커브길을 도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아파트 진입로 설계나 주변 도로 계획에 이런 부분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해남소방서 맞은편으로 대형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있어 완공 후 통행량 증가로 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해남군내 가구가 차량을 여러 대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 소방장비가 진출입해야 할 부지에 불법주차가 늘어날 것이라는 걱정도 높다.

또한 해남소방서는 지난 1997년 이전해 지어진 건물인데 소방장비가 신식으로 바뀔 때마다 차량의 크기도 커지면서 내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도 논의 대상이다. 현재 고가사다리차를 비롯해 구조차, 생활구조차, 구급차, 1만리터급 물탱크, 4500리터급 대형펌프차, 3000리터급 중형펌프차 등의 소방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해남소방서 부지를 외곽지역으로 이전하자는 의견도 거론되고 있다.

해남읍 의용소방대 정준조 대장은 "빠른 화재 진압이 군민의 생명과 직결되는데 소방서 청사 부근에 아파트 단지가 생기면서 지금도 출동에 불편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근에 몇 백 세대의 아파트단지가 추가로 건설돼 부지 논의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올해 초 부지 이전 추진위원회가 설립될 가능성도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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