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111명, 51% 색조화장
청소년 문화 vs 아직 이르다

 
 

청소년들 사이에 화장(메이크업) 문화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로드샵이라 불리는 길거리 화장품 매장에서는 10대 소비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유튜브와 블로그에는 다양한 청소년 화장법 강의가 줄을 잇는다.

청소년들의 화장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본사는 지난 9월 해남군내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 화장품 실태조사' 설문을 실시했다. 조사에는 총 152명(여학생 111명, 남학생 41명)이 응답했다.

청소년이 화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 74명(49%), 반대 25명(16%), 잘 모르겠다 53명(35%)으로 조사됐다.

찬반 비율은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교내 화장에 대해 여학생은 111명 중 '자유롭게 허용' 39명(35%), '과하지 않은 선에서 허용' 46명(41%)으로 76%가 화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남학생은 41명 중 '잘 모르겠다' 15명(36%), '화장을 못하게 해야 한다' 13명(31%)으로 67%가 부정적이거나 무관심한 입장을 표명했다.

피부보정이나 색조 등을 포함한 화장에 대해 전체 152명 중 39%인 59명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학생의 경우 전체 111명(초 35명, 중 37명, 고 39명) 중 57명(51%), 남학생은 41명(초 15명, 중 16명, 고 10명) 중에서 2명으로 조사됐다.

화장 빈도에 대해서는 매일 한다는 응답이 19명으로 가장 높았고 1주일에 1~2회 13명, 1주일에 3회 이상 12명 등이 뒤를 이었다. 화장품 구입비용은 월 평균 5000원 이상 1만원 미만이 20명으로 집계됐고 1만원 이상 2만원 미만 13명, 5000원 미만 9명 등으로 나타났다.

화장을 하지 않는다는 답변자는 93명인데, 여학생은 54명 중 40명(74%)이 5년 내에 회장을 시작하거나 성인이 된 후 화장할 것이라고 답한 반면 남학생은 39명 중 5명만이 화장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해남고등학교 정세라(19) 양은 "중학교 3학년 때 연예인과 주변 친구들의 화장을 계기로 BB크림을 바르는 것부터 시작했다"며 "학교에서도 진한 화장이 아니라 옅게 화장하는 거라면 허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남읍내 중학교에 다니는 A 양은 "어릴 땐 화장을 안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예쁜 사람이 더 인정받는 것 같아 뒤처지기 싫다"고 답변했다.

 
 

사용교육·여가환경 뒤따라야

설문 결과 많은 수의 여학생들은 화장하는 것에 관심이 있고 현재 하지 않더라도 성인 이후에 화장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적은 수이지만 남학생 중에서도 화장을 하거나 관심갖는 경우가 존재하고 있었다. 때문에 10대의 화장은 앞으로도 또래문화로써 확산될 가능성이 크지만, 청소년의 화장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억제해야 한다는 의견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학부모 B 씨는 "요즘 젊은 엄마들은 화장을 청소년 문화로 받아들여 성분 좋은 화장품을 지원해주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도 한다"며 "과하지 않은 화장을 한다는 전제 하에 올바른 방향으로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C 씨는 "청소년의 피부는 여리기 때문에 화장품을 잘못 사용하면 건강상에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이다"며 "주변의 영향을 쉽게 받는 시기이므로 외모에만 신경쓰다 보면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관이 잘못 형성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학교에는 변화의 바람이 찾아오고 있다. 읍내 ㄱ중학교는 지난해 초 회의를 거쳐 화장품 관련 교칙을 개정해 무색 선크림, 눈썹을 그리는 아이브로우, 립제품은 코랄핑크·코랄오렌지색을 허용키로 했다. 학부모 운영위원회에서는 화장 금지를 원했으나 학생 측에서 일부 화장품 허용 의견을 수렴해 조율한 것이다. ㄴ중학교도 지난해 3월 교칙을 개정하면서 립제품은 투명한 색만 사용토록 하되 피부를 보정하는 선크림과 BB크림, 아이브로우는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변화는 청소년들의 화장이 사회적으로도 또래문화, 청소년 문화라는 점을 인정받고 있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10대의 화장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면 안전하고 올바르게 화장품을 사용하게끔 돕는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설문에 응한 청소년들 중 올바른 화장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으로 답변한 경우가 95명에 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소중한 내 피부를 위한 똑똑한 화장품 사용법' 홍보물을 배포했었으며 어린이용 화장품을 정식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해남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윤영신 소장은 "청소년들에게 화장이란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고 교우 관계 형성에 영향을 주는 또래문화로 정착했다"며 "안전한 화장품 고르기, 올바른 세안법 등을 지도하는 것이 시대적인 흐름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군다나 해남에는 청소년들이 즐길거리가 많지 않다보니 친구들끼리 모여 화장품을 사거나 까페·오락실 등에 가는 것이 대부분으로, 소비적인 것에 집중되어 있다"며 "청소년이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여러 방면으로 개성을 표출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구조적인 방안 마련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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