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지역자활센터에서 자활사업 참여자로 활동하며 희망을 꿈꾸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있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 발 한 발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녀들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새해를 맞아 지역자활센터를 통해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을 들여다본다.

지역자활센터에서 꿈을 좇는 이주여성들

해남지역자활센터는 사회적 약자들의 자활과 일자리 창출, 복지사업을 하는 대표적 사회복지기관으로 저소득 주민들에게 영농과 반찬배송, 간병과 장기요양, 청소와 자원 재활용 같은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취업이나 창업을 위한 기술을 익혀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자활센터에는 10여개 사업단에 8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6명이 결혼이주여성들이다.

이들 여성들도 다른 참여자들과 마찬가지로 기초생활수급자거나 차상위계층으로 이곳에서 반찬 만들기나 바리스타, 청소사업단에 소속돼 하루하루 일을 해나가며 자립과 취업을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의 경우 한국으로 시집을 오게 되지만 남편들 상당수가 경제능력이 부족해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도 전에 일자리를 구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러면서 대부분이 노동일이나 음식점 알바로 내몰리고 불이익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렇지만 자활센터의 경우 제도권 안에서 이들을 포용하고 다른 곳보다 급여는 적지만 안정적이고, 고정적으로 최대 5년까지 각 사업단에서 일도 배우고 수입도 올리면서 내일 키움 통장 등 여러 가지 혜택 속에 목돈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립심을 바탕으로 자활센터를 나와 취업이나 창업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데 자활센터와 결혼이주여성들이 서로를 위한 동행과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마음까지 청소! 청소가 제일 쉬웠어요"

청소사업단 김수아 씨

지난 3일 해남교육지원청. 소독약에 빗자루, 바가지와 걸레를 앞세운채 고무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한 필리핀 출신 김수아(46) 씨가 화장실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있다. 변기에 손을 넣어 닦고 화장실 바닥도 밀걸레가 아닌 손걸레로 닦아나가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깨끗하네요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해 남자화장실 3칸을 이렇게 청소하고 건물 곳곳의 유리창 등을 깨끗이 닦고 나면 11시 30분이 되는데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다른 사무실로 가 청소를 한다.  학생들 방학이 있기 전에는 주로 학교를 위주로 청소했는데 지금은 방학 기간이라 교육청이나 파출소, 소방서, 그리고 일반 사무실 등을 위주로 청소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해남으로 시집온지 17년 째인 그녀는 남편과 초·중·고에 각각 다니는 자녀 셋에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고비가 찾아왔다.  4년 전에 화물운전을 하던 남편이 갑자기 쓰러졌고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일주일에 3일씩 투석 치료를 해야 했고 급기야 위와 심장도 안 좋아져 수술을 해야 했다.  현재는 조금 나아져 통원치료를 하고 있지만 병원비에 생활비에 그녀의 어깨에 놓인 무게가 무겁기만 했다.

그런 그녀가 자활센터를 찾은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고 여기서 교육을 받으며 청소사업단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된 것이 벌써 4년을 넘고 있다. 

김 씨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고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특히 학교를 깨끗이 청소하고 나면 여기있는 학생들을 보며 아이들 생각이 나 보람을 느끼고 그래서 힘든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고무장갑을 낀 채 아는 학부모들을 만나도 피하지 않고 먼저 인사를 나누고 오히려 이 일이 재밌고 즐겁다며 청소가 제일 쉽다고 외친다. 

힘든 일들도 있지만 직원들이나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화장실을 보고 정말 깨끗하다고 말해주면 자신도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5년을 채우고 자활센터를 나와 어디를 가도 청소 일을 할 수 있는 자신감과 함께 그녀에게도 꿈이 있다. 필리핀에 있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지금까지 10년 넘게 고향에 가지 못하고 있는데 남편이 건강을 되찾고 돈도 벌어서 가족 모두와 함께 필리핀에 가는 것이다. 필리핀에는 오빠와 동생 등 9남매가 살고 있다고 한다. 필리핀과 해남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그녀의 고무장갑이 오늘도 바쁘게 움직인다.

 
 

바리스타가 직업, 자격증만 10개

바리스타 오가와유꼬 씨

해남읍 구교리 한두레마트 1층 공간에 마련된 자활센터의 커피매장에서 5년째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일본 출신의 오가와유꼬(49)씨.

메뉴 중에 어떤 것이 제일 자신있냐고 물으니 다 자신있다는 답변이 돌아오고 요즘 장사가 어떠냐고 물으니 여름에는 그나마 잘 되는데 요즘은 추워서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다며 너스레를 떤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해남으로 시집온지 벌써 21년째인 그녀는 자식부자다.

올해 대학생이 되는 첫째를 비롯해 무려 자녀만 4명이다. 그녀는 본래 화산면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주방도우미로 일을 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센터가 없어지며 면사무소 추천을 받아 자활센터를 소개받았고 이곳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내며 커피매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쉽지 않은 선택였지만 넉넉지 않은 살림에 자녀들을 위해서라면 도전해야 했고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식부자인 그녀는 자격증 부자이기도 하다.

가지고 있는 자격증만 10여개로 운전면허증과 바리스타 자격증은 기본이고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심리상담사, 청소년심리상담사, 방과후아동지도사, 국외여행인솔자, 수상레저기구 조정면허증에 보육교사 2급까지 모든 이론과 실습을 마쳐놓은 상태다.

오전반 야간반으로 근무조가 짜여지는데 야간반에서 근무할 때 오전시간을 이용해 관련 교육을 받고 공부를 하며 이렇게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자활센터에 들어온지 올해가 5년째라 속된 말로 졸업을 하고 다른 곳에 취업을 해야 하는데 그것에 대비해 밤에는 일하고 낮에는 공부하며 차곡차곡 자격증을 모은 것이다.  일자리를 구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재 바리스타 일을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다. 가장 재밌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바리스타라고 한다. 

"전에는 명절 전날에도 문을 열었는데 그 날 혼자 일하면서 하루 매상을 50만원까지 올려봤는데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그녀에게도 꿈이 있다. 커피매장을 차리려면 당장 돈이 많이 들지만 그래도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매장을 갖고 싶은 꿈은 계속 그려나가고 있다.

"일단 가족들이 다 건강하고 앞으로 계속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았으면 해요"

그녀는 오늘도 정성스럽게 한 잔 한 잔 커피를 만들며 자신의 꿈을 쌓아가고 있다.

 
 

선배가 후배들에게-자활센터 졸업 후 취직

축협 하나로마트 김성희 씨

해남읍 해리 축협 하나로마트 과일 코너에서 일하고 있는 김성희(32) 씨.

"한라봉은 껍질이 말랑말랑한 것이 숙성이 잘 된 거라 더 맛있어요. 그 정도 크기면 200g 정도 나갈 것 같네요"

맛있는 거 골라주라는 손님의 요구에 웃는 얼굴로 설명을 해나가며 비닐봉지에 과일을 담는다.  항상 웃는 얼굴에 상냥하기까지 하다보니 말을 거는 손님들도 많고 그냥 맛있는 걸로 골라서 담아달라고 맡기는 손님도 이젠 제법 많아졌다.

올해 해남으로 시집온지 12년째인 그녀는 자활센터를 거쳐 현재 이곳에 취업해 5년째 과일 코너를 책임지고 있다. 자활센터를 나와 취업을 한 1호 선배가 바로 그녀이다.

자활센터에서 얻은 안정감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곳에 취업을 해 하루종일 서 있어야 하지만 일은 즐겁고 보람차기만 하다. 그동안 열심히 일해 전세에서 탈출해 내 집 마련의 꿈도 이뤘다. 

그녀는 자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이른바 후배 이주여성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디를 가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자녀들 생각하면 힘이 나고 힘든 것도 잊게 돼요.  자신을 믿고 꿈을 잃지 마세요"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