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Rubus crataegifolius)는 장미과의 낙엽활엽교목이다. 산딸기속(Rubus)의 rubus는 "빨강"을 뜻하는 라틴어의 ruber에서 유래했다. 산딸기 종들은 한국에만 20개종이 넘는다.

우리 시골마을 배후산인 달마산은 오행으로 보면 기암괴석의 바위가 많은 화형이지만 전체적으로 토형을 이룰 정도로 특이한 경관을 지녔다. 돌산인 달마산에 가까운 우리 동네는 황토흙을 조금만 파보면 돌이 많이 나온다. 이 돌멩이를 캐내어 쌓다보니 우리 동네와 본 동네 중간에 긴 돌담띠가 생겼다. 그 돌담띠를 우리는 조산이라 불렀다.

풍수에서 물건너 앞산을 조산(祖山)이라 하는데 우리 동네 조산은 '만들어진 산_造山'이란 뜻이 더 강했다. 1985년 경지정리를 할 때 조산의 돌을 그대로 밀어 토목공사를 하는 바람에 경울방학 내내 돌을 골라내야 했다.

조산 돌담띠 외에도 논가운데 작은 돌무더기가 여럿 있었는데 산딸기나 노박덩굴, 찔레나무로 덮혀 있었다. 풀숲을 헤치고 바닥을 고르면 새참을 먹는 장소가 되기도하고 보리타작을 하고 볏집을 쌓아두는 곳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생태학의 징검다리 비오톱(Stepping stone)이기도 하다.

초여름 땀똑(돌무더기)에 산딸기가 빨갛게 익으면 등하교길에 한 웅큼따서 그냥 먹기도 하고 사카린물에 담가먹기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소띠끼러 갔던 마을친구 영연이가 산딸기를 따먹다 독사에 물려 한달 넘게 붕대를 하고 다녔다. 필기도 도와주고 반장일도 대신 도와주어야 했다. 그때 재밌는 반장 선출 사건과 연애사건이 있어서 더 생생히 기억한다.

고향의 경지정리한 논들은 부모님들이 연로하여 임대를 주고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다. 조산 터 위로는 반듯한 농로가 났고 가까운 슈퍼에 가면 얼린 냉동 산딸기를 언제든지 살수 있다. 냉장고에서 산딸기가 열리는줄 알았다는 초등학생의 웃지못할 이야기가 현실이 되기 전에 우리의 아이들에게 들녘의 산딸기를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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