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연(해남군 의회사무과장)

 
 

대지의 태양은 소리 없이 기울고, 산천의 들꽃은 말없이 시들건만 속절없는 이놈은 펜을 들어 인사를 전하게 되었습니다. 기나긴 공직생활을 마치고 언젠가는 다가올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길목에 접어들었습니다.

혹자는 잘하는 놈, 혹자는 나쁜 놈이라는 상반된 격려와 질책을 받으며 걸어온 공직의 길이 다들 그러하듯이 그다지 편안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반은 외골수적인 꿋꿋함으로 반은 형평성과 중지의 어설픈 모양새를 갖추며 살아온 길이 아니었나 자평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닐까 싶습니다.

되돌아보면 관선과 민선, 독재와 민주화, 예산의 도 심의와 의회 심의, 공직의 구조조정 등 급변하는 시기를 거치면서 할 일을 다하지 못하면서도 하는 척으로 일괄하며 넘겨버린 세월 또한 한쪽 가슴을 저미게 합니다.

그럼에도 저를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을 따뜻하게 감싸 주시고 채찍을 통해 바른길로 인도하여 주셨던 많은 군민과 역대 많은 군수님, 선배님, 동료 직원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위안을 삼고 마무리의 수순을 시작하면서 그분들에게 더없는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러나 잘못된 사고와 배려의 미를 저버린 동료에게는 일침을 주고 싶습니다. 동료의 아픔을 디딤돌 삼아 아첨으로 자리를 얻었던 자, 무절제하고 방탕한 권력을 행사하고 그 분노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자. 그대들이여 끝까지 영원하라!

공직을 시작할 무렵 "너는 매사에서 본보기가 되어라"라는 저의 중학교 은사이자 당숙님의 간절함을 이행하지 못한 불효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갚아 나갈까 합니다.

우리 군민 여러분! 우리 공직자들에 대한 군민의 평가는 항시 흑과 백으로 나누어지곤 합니다. 그러나 힘든 표정 없이 자기에게 나름대로 주어진 여건에서 묵묵히 업무를 챙겨나가는 공직자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러한 백의 공무원에게는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반대의 흑에게는 질책을 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하여 반성으로 우리 군정이 보다 발전하는데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퇴임식은 자녀들이 주관하여 우리 아버지가 여기까지 올수 있도록 도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보은의 자리가 아니면 아니하겠다는 평소의 지론에 대한 많은 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6급 이하의 동료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여 생략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동안 저를 사랑해 주신 군민과 직원여러분 감사하고 앞으로도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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