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허각 이씨(憑虛閣 李氏)는 대대로 고위관직을 지낸 시가와 고증학 일가를 이루었던 외가를 두었으나 옥사에 연루되어 몰락한 양반가 여성이다. 그녀는 부녀자의 생활지침서로 저술한 규합총서(閨閤叢書)에서 '돈전(錢)'자를 '양과쟁일금(兩戈爭一金)'즉 '두 개의 창이 금을 다툰다' 라고 풀이하면서 "돈이란 날개 없으되 날고, 발이 없으면서도 달리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처럼 사이버 공간상에서 광속으로 날고 달리는 돈이 수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비트코인(bitcoin)이다. 비트코인은 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Nakamoto Satoshi)라는 이름의 컴퓨터프로그래머가 창안한 가상화폐다. 미국이 금융위기 국면에서 위기극복을 위해 막대한 달러화를 시장에 유통시키면서 기축통화인 달러화 가치하락 우려 속에서 통화가치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화폐로서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비트코인의 강점은 국가나 중앙은행, 어떠한 권력의 개입 없이 2100만개 만이 발행될 수 있는 제한성 때문에 국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릴 수 없다는 점이다. 한정된 통화량은 소숫점 8자리 까지 분할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해소 가능하다.

둘째, 은행을 경유하지 않고 컴퓨터와 인터넷만 연결되면 자유롭게 개인과 개인이 직접거래 할 수 있는 송금이나 소액거래에 유용한 편의성도 장점이다.

셋째, 모든 비트코인의 거래내역은 공개장부인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투명성과 안전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합법적 지위를 획득하고 세계 어디에서나 활용될 수 있는 범용성이 확보된다면 더욱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가 화폐로서 인정받고 기능하기에는 넘어야 할 수많은 난관이 많다. 첫째 제도권 밖에서 통제받지 않기 때문에 투기광풍이 불면 폭등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 액면가치나 통화로서 신뢰성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둘째, 수학수식의 솔루션을 통해 얻어지는 채굴방식이다 보니 이를 얻기 위한 고성능 컴퓨터가 막대한 화석 에너지 소비하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는 반환경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셋째, 비트코인의 익명성과 편의성이 마약, 무기 등의 불법 거래나 돈세탁, 탈세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한국을 대폭발의 폭심인 그라운드제로 상황이라고 표현 했듯이 우리 사회에 비트코인이 투자 열풍을 넘어 투기 광풍이 불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한국적 특유의 집단주의와 동조현상, 경제사회의 불안정 상황에서의 불안 심리와 사행 심리, 한탕주의가 저변에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투기광풍의 종착역은 공멸이다. 천재 과학자 뉴턴도 피해가지 못했던 투기광풍에서 벗어나서 부를 얻고 지키려면 어찌해야 할까.

사마천은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누구나 부를 얻으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데 먼저 세상의 이치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세상의 변화를 모르면 돈을 벌기 어렵고, 돈이 있어도 쉽게 잃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이것을 '때를 알고(知時), 때에 맡기고(任時), 때를 취하는 (趣時)' 것이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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