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라(국민연금관리공단 해남지점 주사)

 
 

잔잔하고 따뜻한 사랑이야기가 담긴 멜로영화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관객 수 1300만의 '베테랑'과 700만의 '내부자들' 등 고발성 영화가 단골소재로 자리매김했다.

매체는 시대의 흐름을 담고 있으며 우리는 그만큼 투명한 사회를 열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관객들은 청렴한 선의 승리에 열광하며 응당 죗값을 치르는 부패한 악의 몰락에 희열을 느낀다. 영화는 시종 관객을 향해 '당신들은 청렴한 시대에 제 역할을 다하며 살고 있는가' 라고 묻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화 속 결말과 현실은 다르다.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오락이라는 안정적 틀 안에 청렴을 가둬 우리는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어린 시절 학급반장을 뽑는 선거에서는 친한 단짝의 이름을 종이에 써서 냈다. 혹은 반장이 된다면 맛있는 간식을 돌리겠다는 친구의 공연한 유세에 맘이 기울기도 했다. 부끄럽지만 나의 소소한 경험을 고백하자면 이렇다. 모순되게도 정의로운 사회를 원하면서 자신의 청렴하지 못한 태도는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학교라는 규범적 조직 안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도덕문제는 다음과 같다. '전통도덕 중 공직자들이 갖추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위 문제를 본 아이들은 어렵지 않게 '청렴'이라는 답안을 써낼 수 있다.

퇴계 이황과 같은 강직한 성품을 가진 위인들을 배우며 청렴이라는 개념을 정형화된 공식처럼 외워왔다. 서열을 매기기 위한 그릇된 교육관이 이를 고착화했고, 이제는 새로운 교육이 자리 잡아야 하는 시점이다.

우리 공단은 매월 '청렴 뉴스레터'를 발간한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참 독특하고 신선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딱딱하고 이해하기 힘든 행동강령 조항을 알기 쉬운 사례로 풀어내고, 한 장의 만화로 각종 제도를 재미있게 담아낸다.

매월 이 뉴스레터가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청렴 교육, 즉 청렴을 흥행시키기 위한 새로운 공식이 필요한 때이다.

이전부터 무너진 청렴 탓에 우리나라는 아프다. 청렴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전 국민이 마땅히 해야 할 몫이다. 그리고 깨끗한 사회의 출발은 내가 속한 가정과 학교, 직장 속 작은 태도부터 라는 것을 견지하고, 이에 대한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청렴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유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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