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계주에서 바통을 주고 이어받는 과정은 승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우리는 학교 체육대회뿐만 아니라 세계 선수권대회,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앞서 달리다가도 아쉽게 바통을 놓쳐 경기에서 패하는 경우도 종종 봐왔다. 그만큼 서로를 연결해 주는 고리가 얼마나 원활한지가 중요한 것이다.

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두고 있는 지금은 민선 6기의 군정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민선 7기가 활기차게 출발할 수 있도록 바통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해남군은 군수가 공석인 상황에서 내년이면 군수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부군수까지 바뀌게 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관점에 따라 위기로도 볼 수 있다.

유영걸 부군수는 11개월여 해남군정을 이끌고 있다. 지난 1월 유영걸 전남도청 회계과장이 해남부군수에 취임한데는 지역내에서 전남도에 강단 있는 부군수를 요청했던 것도 한몫했을 수 있다. 군수가 인사비리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원칙을 바탕으로 군정을 휘어잡고 일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역할이 필요했고 당시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유 과장을 지목했다.

해남군은 박철환 군수의 구속 이후 1000여억원의 순세계잉여금을 남기는 등 신규사업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근 자치단체들은 변화하는 관광패턴에 따라 새로운 대처에 나서는 등 활기를 띠는 것에 비해 해남군은 국비까지 반납하는 등 적지 않은 내홍도 겪고 있다.

타 자치단체에 비해 많이 뒤쳐졌지만 해남군의 내년도 사업을 보면 대흥사 물 놀이장 설치 타당성 용역, 전천후 4계절 썰매장 설치 용역 등 새로운 준비를 위한 사업들이 있다.

해남군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이 완도군, 신안군 제품으로 유통하는 일이 없도록 포장재 지원과 유통시설 확대도 추진 중이며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실제 활용이 되지 않았던 고도~남외지구에 대한 도시계획도로 개설공사도 추진될 예정이다.

이 사업들은 부군수의 제안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건립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건물하자로 인해 개관하지 못하고 있는 땅끝순례문학관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개관은 추진하도록 하고,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던 모노레일의 운영종료 기간에 대해서도 소송을 진행하는 등 지지부진한 사안에 대한 과감한 결단도 내렸다.

물론 이전 군 인사에서 그동안의 원칙을 깨고 징계를 받은 공무원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 등 지적을 받고 있는 일들도 있다. 하지만 해남군수 권한대행을 맡아 퇴임 전까지 남은 시간을 채우고만 가려고 하지 않고 해남군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제안하다는 것이 고무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민선 6기 해남호의 바통을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취임할 새로운 해남군수에게 넘겨줄 주자가 유 부군수인 게 해남에 나을지, 새로운 부군수가 취임하는 것이 나을지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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