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새벽 공기 뒤로 햇살 비춰 따스해진 찬란한 대지. 그 길을 따라 노란 옷 어린이집 꼬맹이들이 줄을 지어 공원에 산책을 나선다. 선생님이 "참새!!" 애들이 "짹짹!!!" 영락없는 참새들이다. 작고 앙증맞은 걸음새, 모양새가 딱 참새를 닮았다. 작은 몸집으로 무리를 지어 다니는 모습이 정겹고 아련한 옛날을 불러 온다.

그런 귀여움만큼이나 참새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다. 그만큼 우리 곁에 터전을 잡은 텃새다. 그래서 참새는 진짜 새라고 불렀다. 옛글에도 참새를 '진쵸'라 했으니 진쵸는 진추(眞추)이니 진짜 새다.

그런데 이 흔한 새도 가을걷이가 시작될 때부터는 구박덩어리가 된다. 막 자라기 시작한 벼 이삭부터 다자란 낟알에 이르기까지 100여 일 동안 먹는 벼의 양이 적지 않으니 당연하다. 어미새가 25g 정도 되니 그 체중의 1/5만 먹어도 낟알 5g은 된다. 100일이면 무려 500g이라! 한 두 마리도 아니고 떼를 지어 몰려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소소하게나마 복수를 하는데 참새 덫이 그것이요, 크게는 국가 차원에서 유해 조수 때려잡기에 나선다.

대바구니를 짜고 그 밑에 막대기를 끼운 뒤 중간쯤 벼이삭을 달아놓으면 참새는 고맙게도 그 신기한 눈과 귀로 벼이삭을 찾아내고는 덫으로 다가온다. 특히나 눈이 많이 온 날은 먹이가 부족한 참새들이 떼로 몰려 들어 사냥이 더 쉬워진다. 그리곤 참새 머리를 정말로 살짝 콩하고 쳐서 기절시켜 곧 화롯불에 익혀 먹는 맛이란…. 거기다 까맣게 검댕이 칠된 입 주변을 훔치다 얼굴이 검게 화장된 것도 모른 채 깔깔거리던 것이 참새로 말미암아 생긴 겨울풍경들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소탕을 벌일 때 생긴다. 중국에서 대약진운동 때 4가지 해로운 조수 퇴치 운동을 벌였다. 지도자가 농촌을 시찰하다 참새가 먹어 치우는 곡식을 보면서 참새 박멸을 지시한다. 1년 간 참새 2억1000여 마리를 잡았다 하니 얼마나 크게 일판을 키웠는지 짐작간다.

그렇다면 참새가 사라진 들판에선 벼와 곡식들이 무데기 무더기로 걷혔을까? 천만의 콩떡! 아주 그런 대재앙은 있어 본 적이 없었다. 천적이 사라진 들판에선 해충들이 곡식을 갉아먹는 통에 발표된 것만 굶어 죽은 사람이 1천만 명을 넘게 된다. 실제로는 4천만 명이 죽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2차 대전 가장 큰 피해를 본 소련의 사망자 2천만 명을 웃도는 피해다. 실로 대재앙이 아니고 무엇이랴! 뒤늦게 연해주 참새 20만 마리를 수입했으나 들녘을 휩쓴 해충을 잡기에는 이미 기차는 떠나고 난 뒤였다.

참새는 비록 주요 먹이가 풀씨와 낟알, 나무열매라 하더라도 여름철 번식기가 되면 해충이 되는 곤충들을 적지 않게 잡아먹는다. 딱정벌레와 나비 그리고 메뚜기로 단백질을 채워 새끼를 낳고 종족을 이어가는 성스런 임무에 충실히 나선다. 그리하여 자연은 스스로 그렇게 균형을 맞춰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올해 방앗간에는 또 어김없이 참새들이 찾아올 것이다. 힘겨운 추운 겨울 그 단단한 부리로 억척스럽게 언 땅을 뚫고, 낟알을 까먹으면서 오는 해 마다하지 않고 새 번식기를 맞이할 때까지 그 질긴 생명을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참새", "짹짹" 앙증맞은 노랫소리 또한 이어질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