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끝날 무렵을 가리키는 '세밑'.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을 이르는 단어이기도 하다. 세밑이 가까워지는 추운 겨울철이 되면 따뜻한 온정의 손길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쌓인 모습만 봐도 든든한 연탄 배달부터 쌀 등의 먹거리 전달, 기부금 기탁 등 훈훈한 소식이 줄을 잇는다.

해남을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이 소식들은 연말연시와 명절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는 해가 바뀌는 설렘이나 명절이라는 들뜬 분위기가 사회에 퍼지는데, 어렵게 지내는 이웃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소외되기에 이들도 행복할 수 있도록 온정을 베풀어야겠다는 인식이 생겨나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들은 시기를 가리지 않고 존재한다. 또 나눔·기부가 특정 기간에 몰리면 이를 분배하는 곳에 업무가 가중되거나 수혜를 받는 분들이 중복될 수 있는 문제도 발생한다. 연말연시와 명절을 맞아 기부하는 모습도 분명 좋은 일이지만, 작은 기부를 365일 만날 수 있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이라 본다.

해남군 땅끝해남희망더하기나 해남종합사회복지관 등 기관에서도 상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사례 발굴과 기부 연계를 진행해 기부문화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본사에서는 해남군푸드뱅크와 협력해 희망우체통 '에마리오 누구없소?' 지역공동체캠페인을 펼치며 기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복지사각지대의 이웃들을 돕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지역공동체캠페인의 일환으로 어려운 이웃들이 눈치 보지 않고 먹거리를 나눔받을 수 있는 나눔냉장고 설치가 진행됐다.

"형편이 어려워도 최소한의 자존심은 있어요" 예전에 형편이 어려운 한 고령의 이웃에게 들었던 말이다. 도움을 주면 정말 고맙고, 또 고맙지만 혹시 사진을 찍어야 될까봐 염려스럽기도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자녀들이 우세를 당할까봐 걱정이라는 것이다. 기부 후 증빙 목적으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나눔냉장고는 먹거리를 가져가는 사람이나 기부하는 사람을 특정하게 지정하지 않는다. 가져갔다는 흔적을 남길 필요도 없다.

법의 지원을 받지 못하지만 실질적으로 어려운 형편의 이웃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익명으로 기부를 원하는 이들도 마음 편히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나눔냉장고가 설치돼 있는 해남읍 새롬교회 부근은 유동인구도 적은 편이어서 눈치보지 않아도 된다.

해남군에 퍼지는 연말연시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일년 내내 이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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