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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감나무의 감똑이 떨어지는 나른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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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1  1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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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나무 꽃 감똑.

감나무는 감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교목으로 고향을 떠올릴 때 항상 붙어 다니는 친근한 나무중의 하나이다. 학명은 Diospyros kaki인데 주피터신(Dios)과 곡물(Pyros)의 합성어로 신이 먹는 과일이라고 해석한다. kaki는 일본어로 감이라는 뜻이다.

시골집에는 큰 감나무가 5그루 있었다. 단감나무는 사랑방 집터를 닦을 때 뿌리가 노출되어 고사했고 떨감 4그루만 남았다. 5~6월 담황색(옅은 노랑색) 감똑(감나무꽃)이 피고 비가 온 날이면 우수수 떨어져 붉은 황토를 샛노랗게 덮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감똑을 실에 엮어 목에 걸고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하나씩 떼어 먹었다.

초등학교 실과시간에 접붙이기가 있어 감나무에 몇 년씩이나 시도했지만 한 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다.

일단 어설펐고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잘 감싸야 했는데 초등학생 손으로는 다소 정밀도가 떨어졌나 보다. 그래서 농장을 만들면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이 감나무 접붙이기다.

큰 감나무는 장대(긴 대나무)로 쳐서 감을 따야 하기 때문에 홍시가 되기 전에 딴다. 노랗게 익은 감을 살짝 데운 물을 옹기에 넣고 소금을 조금 뿌린 후 며칠 동안 두면 떫은맛이 없어졌다. 감을 소금물에 넣어 익히는 것을 "감 이린다"라고 표현했다.

잘 이린 감은 학교 갈 때 소풍갈 때 특히, 운동회 때 좋은 간식거리였다. 광에 소중히 모셔두는 터라 맘대로 훔쳐 먹을 수가 없었지만 소에게 풀을 뜯긴 날이나 타작하는 날에 간식으로 한 두개 먹을 수가 있었다. 일부 감은 여전히 감나무에서 달려있어 홍시가 되기 무섭게 감나무에 올라가 따먹은 일이 아침 일상이었다.

가을추수가 끝난 후에는 감을 모두 따 소쿠리에 담아두면 자동으로 홍시가 되었다. 아버지가 제사용으로 쓸려고 고이 모셔 두었는데 워낙 먹고 싶어서 어머니를 졸라 형제들끼리 하나씩 몰래 먹었던 적이 있었다. 논에서 돌아오신 아버지가 보시고 작대기를 들고 쫓아오는 바람에 신도 못 챙겨 신고 맨발로 어머니와 나는 방죽으로, 큰형과 막둥이는 뒷밭으로, 꾀둥이 작은형은 묘뚱 뒤에 숨었다. 놀라서 뿔뿔이 줄행랑을 쳤던 식구들이 저녁이 되서야 하나둘씩 집으로 들어와 아버지 눈치 보며 저녁을 먹었다. 아버지께 손바닥 한 번도 맞아 본적이 없으니 너무 오해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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