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8월 29일과 1997년 11월 21일 우리 역사에 대못이 박힌 것처럼 커다란 상처를 남긴 국가주권과 경제주권을 상실했던 '국치일'이다.

IMF 외환위기는 후세 역사가들이 한국사회를 IMF 전과 후로 시대구분을 할지도 모를 만큼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거대한 변화를 몰고 왔다.

고난의 시기였던 지난 20년간 우리 경제는 GDP 증가 등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여러가지 지표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외환위기 발생의 직접 원인이 되었던 외환보유고는 1997년말 204억여 달러에서 2017년 8월말 기준 3848억 달러로 18배 이상 불어났고 단기외채 비율은 현저히 낮아졌으며 달러 당 원화가치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IMF위기 터널을 통과해 오면서 펼친 적극적인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과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인해 평생직장 신화는 와해되었다. 구조조정과 실업이 일상화되고 고용형태에서 비정규직과 계약직이 차지하는 비율이 급증하면서 우리사회는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 불안정성이 심화되었다. 최근 5~60대 중년남성의 고독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IMF시기에 경제적 이유로 직장과 가족과의 연이 끊어진 3~40대들이 장기간 불안정한 삶을 살면서 건강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외면적으로는 매우 건강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내상이 심각한 상태이다.

제2의 IMF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소득양극화 문제와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1997년 말에 211조 였던 가계부채는 2017년 6월말 1388조로 6.5배 이상 늘어났고 국가채무 역시 1997년 말에 60조 3천억에서 2016년 말에는 626조 9천억으로 10배 이상 들어났다. 늘어난 가계부채는 중장기적으로 소비여력을 감소시키고 급격한 금리인상 등 여건변화에 따라 부실화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과 시한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자살율·노인 빈곤율·저임금 및 임시직노동자비율·성별임금격차·노동시간·신생아출산율·사교육비·산재사망률 등의 지표에서 OECD 국가 중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살기가 팍팍하고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다.

둘째, 성장률 둔화와 한계기업 증가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경제구조의 개혁을 통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줄이고 기업경영 투명성과 생산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기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청년세대의 일자리 창출에 온 힘을 쏟아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에게 역동성을 불어넣는 것은 사회책임이다.

셋째, IMF 경제위기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직업선택기준을 바꾸어 놓았다.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며 공직쏠림 현상이 심화되었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지금까지 견인 해왔던 인적자원 양성제도는 수명을 다했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에 맞추어 창의성과 협업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제도와 입시제도로 개혁이 필요하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해 낸 이후 늘어난 경제 규모만큼 우리 삶이 풍요로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노동과 일자리 불안정성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더욱 커졌다.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이고 이기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현실의 폐해는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게 된다.

외환위기의 쓰라린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 자본의 무한질주를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적절히 제어하면서 함께 힘을모아 노동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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