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찬식(유진투자증권 상무, 재광향우)

 
 

몇 년 전에 읽었던 김훈 작가의 소설 '남한산성'이 영화화 되어 감명 깊게 보았다. 소설을 읽을 때도 치욕을 느끼고 가슴 한편이 아려 왔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가슴이 답답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병자호란 당시 인조의 무능함 속에서 주전파의 김상현과 주화파의 최명길의 대립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왕궁을 버리고 남한산성까지 쫓겨 들어와 펼쳐지는 상황은 슬프고 처연하다. 하지만 이도 죄없는 우리네 백성들 인생사이고, 역사이고 현실이지 않는가?

인조는 외교적인 안목과 지혜를 가지고 국가를 통치하지 못하고 사직과 백성을 혼돈과 고통으로 내몰았다. 영화 속 최명길의 말처럼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못 할 짓이 없고, 약한 자 또한 살아남기 위해서 못할 짓이 없는 세상"에서 김훈 작가는 치욕을 기억하라. 삶은 치욕을 견디는 나날이니, 살아남기 위하여 더럽혀진 인간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47일간 갇힌 성안에서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켜있었고 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았다. 주전파의 말은 실천 불가능한 정의였으며, 주화파의 말은 실천 가능한 치욕이었다.

소설에서 김상헌은 송파나루의 늙은 뱃사공을 앞세우고 언 강을 건넌다. 사공은 전날 밤 어가 행렬을 안내했다."어가는 강을 건너갔고 소인은 다시 빈 마을로 돌아왔는데, 좁쌀 한줌 받지 못했소이다"사공의 넋두리다. 청나라 군사가 곧 쳐들어온다는데 사공은 마을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청병이 오면 강을 건네주고 곡식이라도 얻어볼까 해서~" 하는 가난한 사공의 말에 김상헌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사공의 목을 베었다.

극중 꼬마아이 '나루'가 바라던 민들레 피는 날은 앞이 보이지 않는 눈보라 즉 고난을 헤치고 찾아올 희망이다. 민들레가 피는 날이 오면 나루터에서 물고기를 잡아 드리겠다는 나루는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고 노오란 꽃을 피우는 민중를 상징한다.

남한산성 영화를 본 사람마다 열광하고 감명받은 것은 우리의 삶이 사공, 나루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잘못된 역사의 교훈을 얻지 못한 지도자를 잘못 만나 위험에 빠진 민중들의 고달픈 삶은 힘들다.

아름다운 우리 고향 해남에서도 군수를 잘못 뽑아 당선만 되면 늘 법정에 서게 되면서 사회적 비난과 지역명예실추 등 그 고통의 무게를 고향주민과 및 향우들이 떠안고 있는 현실이다.

남한산성을 교훈 삼아 다가올 지방선거에서는 참신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리더를 선택해야만 하는 절박감과 위기의식, 책임감을 우리 모두가 이제는 가져야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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