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해남공고 교사)

 
 

노동! 가장 일상적이고 중요한 말인데 잘 쓰이지 않는다. 하루도 한 순간도 빠지지 않는 우리의 일상이어서 노동이라는 말은 필요한데 그 말을 못쓰게 했다. 대체시켜 만든 말이 근로다. 박정희가 노동절 대신 근로자의 날, 근로복지공단, 근로감독관 등을 붙였다. 박정희가 못쓰게 하기도 했지만 노동자는 가난의 대명사가 된 세월, 노동조합은 무조건 빨갱이로 몰리는 세월, 산재사고가 나도 아무런 보호도 못 받고 일방적으로 버려지는 세상을 지내면서 사람들은 절로 노동이라는 말을 피해서 갔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노동인권교육을 해야 한다는 말은 아주 중요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인 학생들도 노동은 후진 것, 취직은 하고 싶어도 노동자라 불리지 않고 싶은 것, 힘들어서 못 배운 사람들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감정들을 갖고 있어서 교사도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분단의 구조를 핑계로 노동이라는 말을 싹쓸이로 없애고 근로라는 말로 대체한 것은 분단의 강고화에도 기여했지만 노동이라는 말에 포함된 노동자의 주체성, 역사성, 투쟁성을 빼버린 것이고 노사 간의 대립적 성격을 삭제하고 사용자의 노동에 대한 전면적 지배를 가능하게 했다.

모든 것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정해지는 시장 가격을 따라가는 것일 뿐 노동자에게 다른 권리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다. 수요와 공급이 시장을 만들고 이 시장의 움직임은 하느님이 정해놓은 질서라고 생각하도록 우리는 배워왔다. 아니다. 사람이 사는데 생겨나는 질서는 사람이 만든 것이다. 사람들의 뜻에 따라 시장도, 가격도 조절되어야 한다. 걱정 마시라. 그래도 시장은 없어지지 않는다. 제가 부여받은 정도의 기능을 시장은 수행한다. 적정한 시장은 없애려도 없애지지 않는 사회유지의 필수요소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시장에 따라 움직여진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환상이다. 인간을 빼버린 시장은 애초부터 없었고 지금의 시장은 과대하게 인위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다.

잘못된 것을 고쳐나가는 첫걸음은 늘 바른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빼앗긴 이름을 되찾아주는 것, 여기가 변화의 첫 걸음이다. 학생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벌이고 논의를 열고 마침내 해남군 학생노동인권조례가 제정되었다. 귀한 소식이다. 시민단체, 지역언론, 지방의회는 이런 일 하라고 있는 거다. 학교에서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교과서에도 없는 내용, 시험에도 안나오는 내용이라 교사들도 노동인권교육을 중요시하지 않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알바노동에 나간다. 사회에 접하는 첫 노동의 경험이 향후 노동으로 살아갈 학생들에 미치는 영향도 절대적이고 학생들의 알바 노동도 분명하게 존중 받고 대우받아야 할 분명한 노동이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노동의 권리와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불편할 수 있지만 세상은 이미 노동인권을 중요하게 지켜야 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무심코 지내왔던 내 언행이 갑질에 해당되는 지, 지금까지 혹시 나 중심으로만 운영하였는지 돌아볼 일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가지 않으면 오히려 어려움이 더 커질 지도 모른다. 그리고 알바 노동의 현장은 우리의 중요한 자녀들이 노동을 배우고 겪는 현장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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