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파묘 9개월, 피해자 고통 가중
3건 소송 진행 중, 재판부 판단 주목

▲ 피해자들의 가족 묘는 완전히 사라진 채 사업자 측이 임의로 설치한 가묘에 유해가 옮겨져 있다.
▲ 피해자들의 가족 묘는 완전히 사라진 채 사업자 측이 임의로 설치한 가묘에 유해가 옮겨져 있다.

지난 2월 해남을 떠들썩하게 했던 A 아파트 신축공사 과정에서의 무단 파묘 사건이 발생한지 9개월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태 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장기간 소송이 이어지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소송은 3건이다.

피해자 측에서 제기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은 당초 법원에서 가족들의 협의나 동의없이 무단으로 가족 묘가 파헤쳐진 점이 인정돼 피해자 4명의 가족 묘 부근에서 공사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결정이 내려졌지만 이후 사업자 측이 이의신청을 제기해 최근 공탁금 7억원을 내는 조건으로 공사가 가능하도록 판결이 났다.

법원은 지난달 이의신청과 관련한 결정문을 통해 사업자 측의 일방적인 귀책사유로 분묘가 무단으로 파헤쳐져 피해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야기했고 향후 고의성이 인정된다면 형사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공사 중단으로 인해 이미 분양을 받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고 사업자 측의 손해 또한 클 것으로 보여 피해자들이 본안소송을 통해 권리관계를 분명히 확정하고 이를 통해 충분한 배상을 받아 대체묘지를 마련하는 것이 적절한 방안으로 보인다며 사업자 측으로부터 7억원의 공탁금을 받는 조건으로 피해자들이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피해자 측은 이같은 결정이 부당하다며 광주고법에 항고를 냈고 사업자 측에서도 훼손된 분묘 당 1억원 꼴의 공탁금은 전례가 없는 것이다며 역시 항고를 내 또 한차례 법원 판결을 받아야 할 처지다.

이와 별개로 사업자 측이 지난 2월 피해자 4명을 상대로 제기한 분묘기지권 부존재확인 소송은 지금까지 한차례 공판이 열렸고 이달 중으로 공판이 속개될 예정이다. 또 피해자 측이 사업자 측을 상대로 제기한 분묘부지 인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조만간 공판이 진행된다.

사태 해결없이 장기간 소송이 진행되면서 피해자들의 고통 또한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지난 추석때 부모님 등 가족 묘가 사라진 상태여서 제대로 성묘를 할 수 없어 결국 사업자 측이 묘를 파헤친 뒤 부근에 설치해 놓은 비석과 가묘에 성묘를 해야만 했다. 일부 피해자는 아예 성묘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피해자 A 씨는 "하루 아침에 가족 묘가 사라져버렸고 유전자 검사도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아 사업자 측이 설치한 가묘에 묻혀 있는 유해가 가족들의 것이 맞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성묘를 하는 불효를 범해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히고 "특히 사업자 측에서 지금까지 진정어린 사과 한마디 없이 소송 등 돈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해 과연 우리나라에 법이 존재하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하소연했다.

또 사태해결이 늦어지고 소송이 길어지면서 한 피해자는 비닐하우스에 육묘나 관리 작업을 제 때 하지 못해 수천만원의 피해를 입었고 한 피해자는 1000여만원에 달하는 소송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지인에게 돈을 빌리기도 했다.

한편 사업자 측은 "경찰 수사결과 이장 대행업체가 고용한 포크레인 기사의 실수로 파묘가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고 이와 별개로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지역신문 등을 통해 사과 광고를 실었다"고 해명하고 "오히려 현재 진행중인 분묘기지권 부존재 확인소송과 관련해 피해자 측에서 관련 입증 자료를 늦게 제출해 소송이 지연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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