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매화와 개나리라면 가을엔 국화와 코스모스이다. 중국에서는 음력 9월 9일 중양절엔 단풍과 국화를 보고 즐기면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며 국화주와 국화전을 해먹는 '풍국(楓菊)놀이'를 했다.

옛 선인들이 말하는 국화의 미덕은 첫째가 늦게 피어나는 것이다. 봄여름의 따사로운 시절을 벚꽃, 복사꽃, 오얏꽃에 내주고 겨울이 오기 전 가을바람이 부는 차가운 날에 마지막을 장식하는 국화는 세상사람들과 명리(名利)를 다투지 않고 안빈수도(安貧守道)하는 군자의 덕을 나타낸다. 둘째 서리를 맞고 피어나서 오래 견디는 것은 강직함과 굳센 지조를 나타낸다. 셋째 고우면서 너무 화려하지 않고 깨끗함은 순수함의 상징이다. 넷째 "향기로워 잔 안에 가볍게 떠있는 것은 신선이 먹는 것"이라고 국화부(菊花賦)에서 말한 종회(鍾會)나 "아침에는 목련꽃에 내린 이슬을 먹고 저녁에는 국화에서 떨어진 꽃잎을 먹는다"라고 말한 초나라 충신 굴원(屈原)의 말처럼 국화는 청렴함의 상징이다.

전국은 온통 국화 축제 중이다. 인근 지자체인 진도, 완도, 영암, 장흥, 함평도 모두 국화축제가 한창이다. 지역마다 고만고만한 축제에 지역적인 특색이 드러나지 않는다. 같은 테마를 두고 서로 경쟁하듯 행사가 열리는 것도 찾아온 관람객들 눈은 호사하지만 축제의미는 반감된다. 몇 군데 가본 곳 중 영암 기찬랜드에서 열리는 국화축제가 규모가 상당하지만 작년과 거의 동일한 패턴이라서 신선감이 떨어졌다. 올해 완도 일출공원 국화축제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확 트인 전망에 관람과 산책을 겸할 수 있고 모노레일까지 개통되어 나름의 특색을 갖추었다.

우리 해남 국화향연은 군청 앞 제한된 공간에서 열리면서 입체미라든가 전체적 조형미를 볼수 없고 내용도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한달 여 전시하는 군민광장의 국화축제에 2억2000여 만원이 소요되었다는데 특히 농번기에 접어든 농촌과 고령사회에 접어든 면, 리단위 주민들은 군청광장에 가서 국화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과 지역 간 문화향유 인프라와 기회의 격차가 있듯이 읍단위와 면리단위간에도 격차가 그대로 반복된다. 이런 방식으로 계속해서 하는 것 보다는 군민광장의 국화축제를 면단위나 몇 개 권역으로 나누어서 한다면 군민모두가 국화구경을 할 수 있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참여하여 기획하고 가꾸어서 장날이나 소지역 단위 축제에 맞추어서 한다면 훨씬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향우들이나 타지에 나가 살고 있는 자녀들을 초대하여 애향과 효친의 기회로 삼고 접촉면을 넓혀간다면 고향세 도입 국면에도 일석이조의 기회이다.

물론 처음에는 미흡하겠지만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보면 해가 지날수록 내용이 충실해지고 질도 높아갈 것이다. 주민들에게는 보람된 일이면서 지역어르신들이나 주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지역 단위나 군 축제는 주민참여형 축제로 전환해야 즐거움과 보람이 배가 된다. 군청 축제담당은 외부 전문가에게 개방하여 전문지식을 활용하여 자나깨나 축제를 어떻게 하면 지역특성을 살리고 주민참여도를 높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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