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인터넷에 모든 것이 있고,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디지털 시대가 되었지만, 유독 디지털 시대에 무시당하고 외면받고 있는 것들이 있다. 바로 지역사회와 지역언론이다. 내 고장에서 대형사고나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한 내 지역 소식이 인터넷에 등장하지 않는다. 첨단 디지털 시대라지만 등잔 밑이 어두운 지역사회인 것이다.

그 주된 이유는 한국의 독특한 디지털 뉴스 산업구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은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 검색사이트에서 뉴스를 얻는다. 대신 일간신문이나 저녁 TV뉴스를 챙겨보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뉴스매체로서 공영방송의 기능이 크게 약화되었고, 그 기능을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뉴스가 대체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한국처럼 대다수 국민들이 자국의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는 나라들도 많지 않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미국산인 구글 검색사이트를 이용하고 있고, 구글대신 자국의 포털사이트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중국, 러시아 뿐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검색엔진도 구글과 야후이다.

포털사이트가 뉴스를 이용해 이윤을 추구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최대한 조회수를 늘려 광고주로부터 더 많은 광고비를 받는 방식이다. 그러한 광고비는 뉴스를 제공한 언론사와 나눠갖는 구조라서, 뉴스제공 언론사들도 조회수 높은 뉴스를 만들기에 주력한다.

국내 포털사이트들이 지역뉴스를 외면하는 이유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에 한정된 뉴스는 조회수가 제한되기 마련이다. 가급적이면 지역제한 없이 전국에서 남녀노소가 관심가질만한 기사를 우선적으로 초기화면에 배치해야 광고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네티즌 입장에서는 내 지역에서 일어난 뉴스는 1년 내내 단 한 번도 발견하기 힘들다. 대부분 사람들이 네이버나 다음에서 제공하는 뉴스만보고 넘어가기 때문에 3000여개의 지역언론사들이 매일 매일 힘들게 만들어내는 지역뉴스들은 인터넷에는 있지만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국내 포털독과점 기업의 횡포로 인해 지역사회와 지역언론은 디지털 영역에서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다. 지역언론사들도 포털의 독과점 횡포를 고발하고 저항하기 보다는 포털을 이용해 자사 뉴스 조회수 늘리는 데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식민지·디지털 황무지로 전락한 지역사회와 지역언론의 안타까운 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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