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학교 철거후 두달여간 방치
수거업체 전남 2곳, 예견된 사태

▲ 해남중학교는 우레탄 폐기물을 처리한 뒤 현재 친환경 우레탄 트랙 설치 공사에 들어갔다.
▲ 해남중학교는 우레탄 폐기물을 처리한 뒤 현재 친환경 우레탄 트랙 설치 공사에 들어갔다.

해남중학교에서 잇따라 혈액암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우레탄 폐기물 방치가 한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같은 시기에 우레탄 트랙 철거작업을 한 해남지역 다른 학교들도 해남중과 마찬가지로 우레탄 폐기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학교에 장기간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1년 전 전라남도교육청의 대대적인 전수 조사 결과 우레탄 트랙에서 발암물질인 납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학교는 해남 11개 학교를 포함해 전남에서만 170여개 학교에 달했다.

해남의 경우 11개 학교 가운데 5곳은 우레탄 트랙 대신 마사토(흙)로 교체공사를 마쳤고 해남동초와 서초, 송지초, 우수영중, 해남중, 산이중에서는 유해물질이 없는 친환경 우레탄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지난 여름방학 동안 실시됐다.

그렇지만 이들 6개 학교 모두 철거 이후 수거업체를 제때 구하지 못해 한달에서 두달여 가까이 학교안에 우레탄 폐기물을 방치했다.

해남서초와 동초, 해남중은 지난 8월 1일부터 4일 사이에 철거가 진행돼 서초는 8월 29일 수거가 이뤄졌고 동초는 폐기물 양이 많아 최종적으로 9월 19일 수거가 이뤄졌으며 해남중은 9월 22일 수거를 모두 마쳤다. 송지초와 우수영중, 산이중은 8월 8일부터 11일 사이에 철거가 진행돼 우수영중과 산이중은 각각 9월 8일에 송지초는 9월 22일에 수거가 이뤄졌다.

한달에서 두달 사이 수거가 이뤄지지 않을 동안 동초는 운동장 후문 부근에, 서초는 학교 주차장 부근에, 송지초는 후문 공터 부근에, 우수영중은 체육관 뒤편에, 산이중은 정문 부근에, 해남중은 급식실과 체육관 사이에 폐기물을 쌓아뒀으며 5개 학교는 비닐이나 검은 천막으로 덮어서 보관했던 데 반해 해남중은 상당기간 비닐이나 천막 없이 그대로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수거가 늦어진 것은 전남에서만 지난 여름방학 동안 70여개 학교에서 우레탄 트랙 철거작업이 한꺼번에 진행됐지만 우레탄 트랙 폐기물을 전문적으로 소각하는 장비와 시설을 갖춘 업체가 전남의 경우 2군데, 전국적으로 10여군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전라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철거 공사와 폐기(소각)처리와 관련해 동시에 입찰을 진행했지만 폐기처리의 경우 마땅한 업체가 없어 2차례 유찰돼 결국 2개 업체를 대상으로 사실상 수의계약이 이뤄지다 보니 한두달 처리가 지연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 업체의 경우 해남지역을 포함해 8월과 9월 두달동안 전남에서만 50여군데 학교에서 나온 우레탄 폐기물을 처리했고 또다른 업체는 20개 학교를 전담했다.

업체 관계자는 "우레탄 트랙에서 나온 폐기물 양이 엄청나 한꺼번에 처리를 할 수 없고 폐기물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와 관련해 환경부 배출 기준을 맞추기 위해 많은 약품이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등 애로점이 많아 이를 꺼려하는 업체가 많으며 이에 따라 전북이나 충청도에서도 처리를 해달라고 연락이 올 정도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전국적인 현상으로 이미 예견됐는데도 교육당국이 수거업체를 구하지 않은채 우선 철거에 나섰다가 장기간 방치하는 상황이 연출됐고 각 학교들도 현행법상 90일간 임시 보관이 가능하다 할 지라도 수거업체가 가져가지 않아 방법이 없다며 사실상 학생들의 접근이나 분진 등이 노출된 장소에 보관한 점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같은 행정기관의 편의적인 행정처리와 학교 측의 안이한 대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해남중의 잇따른 혈액암 발병이 우레탄 폐기물 방치 때문이라는 학부모들의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다른 학교들도 사정이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확인되며 앞으로도 적잖은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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