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여정 육·해·공 거쳐야 친정집

▲ 쩐티쫀 씨 친정집 가족들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쩐티쫀, 가운데 부모님).
▲ 쩐티쫀 씨 친정집 가족들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쩐티쫀, 가운데 부모님).
▲ 윤정아 씨 친정집 가족들이 즐거운 분위기 속에 식사를 함께 하고 있다. (위 윤정아, 가운데 부모님).
▲ 윤정아 씨 친정집 가족들이 즐거운 분위기 속에 식사를 함께 하고 있다. (위 윤정아, 가운데 부모님).
▲ 집 안에 있는 주방 모습.
▲ 집 안에 있는 주방 모습.
▲ 껀터TV 정규뉴스 시간에 베트남 방문 내용이 보도됐다.
▲ 껀터TV 정규뉴스 시간에 베트남 방문 내용이 보도됐다.

| 싣는순서 |

1. 땅끝에서 땅끝으로 왔어요
2. 마음으로 쓰는 편지 - 사랑합니다(toi yeu ban, 또 유 반)
3. 편지로 이어지는 우리가족 이야기
4. 껀터에서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
5. 미디어와 지역사회를 통한 다문화가정의 사회복지 방향과 과제는?

지난달 21일부터 26일까지 4박 6일 동안 펼쳐진 베트남 껀터 결혼이주여성 2명의 친정집 방문은 그야말로 한편의 다큐멘터리와도 같았다.5~6년만에 고향 땅을 밟은 뒤 기쁨과 눈물 속에 서로 부둥켜 안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가족간의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또 말로만 듣던 그들의 어려운 생활상을 잠시나마 직접 접하며 이런 여건에서도 가족의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 또한 감동적이었다. 특히 육·해·공을 다 거쳐야 친정집을 갈 수 있고 꼬박 24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체험하면서 시간이 없고 멀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한 내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해남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이뤄진 이번 친정집 방문에는 쩐티쫀(38)씨가 9살 아들과 동행했고 윤정아(28)씨는 두 자녀가운데 첫째인 8살 딸과 함께 길을 떠났다.

20일 밤 9시 30분 마지막 시외버스로 1시간 조금 넘게 광주로 간 뒤 광주에서 고속버스로 4시간 걸려 인천공항까지 향했고 다시 인천에서 비행기로 5시간을 날아 베트남 호찌민에 도착했다. 그리고 호찌민에서 렌트카로 4시간 가량 걸려 껀터에 도착한 뒤 쩐티쫀 씨의 고향인 하우양까지 그리고 윤정아 씨의 고향인 오몬까지 가려면 1시간 넘게 더 달려야 했다.

껀터에서 좁고도 험한 길을 달려 마을 입구가 나오면 쩐티쫀 씨의 경우 20분 넘게 윤정아 씨의 경우 10분 넘게 모터가 달렸지만 고장나면 노를 직접 저어야 하는 작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 마침내 부모님과 친정집 가족들을 안을 수 있었다.

육·해·공을 넘나들며 이동하고 수속이나 입국심사 등 절차를 거치고 잠시 쉬는 시간들을 합하면 꼬박 24시간이 돼서야 친정집을 갈 수 있는 것이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함께 이렇듯 오지라 할 수 있는 고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제결혼이 하나의 수단일 수 밖에 없었고 결혼 이후 그녀들이 친정집을 자주 찾을 수 없는 이유 또한 여유롭지 않은 가정형편과 이같이 멀고도 먼 여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따뜻한 가족의 품

밤 늦은 시간이었지만 6년만에 고향 땅을 밟은 쩐티쫀 씨를 위해 고향집에는 부모님과 남동생 1명, 언니 3명, 그리고 조카 등 2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가족잔치를 열었다.

오랜만에 안아보는 어머니 품은 더 포근했고 6년만에 잡아보는 아버지 손은 더 자상했으며 다시 마주한 형제자매들의 눈은 어렸을 적 추억을 되새기게 했다.

쩐티쫀 씨의 9살 아들은 6년 전인 3살적 기억이 남아있을리 만무하고 영상통화로만 접했던 외할아버지·외할머니 그리고 외갓집 식구들을 실제 만나게 되니 신기함이 더 앞섰고 그런 표정때문인지 사랑을 독차지할 수 밖에 없었다.

쩐티쫀 씨 부모님은 "정말 딸과 외손주가 보고 싶었는데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면서 "집안 형편 때문에 먼 곳으로 시집을 보내 마음에 항상 남지만 앞으로도 시댁 어르신들을 잘 모시고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윤정아 씨 고향집에는 92세의 할머니와 부모님·이모·오빠 부부·남동생이 함께 맞아주었는데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첫날은 가족들과 밤을 지새웠다.

붙임성 좋은 윤정아 씨의 8살 딸은 외갓집 식구들 중에 영상통화로 많이 친해진 외숙모가 제일 보고 싶다고 하더니 외할아버지·외할머니를 제치고 가장 먼저 "외숙모"를 외치며 품에 안겼다. 그러면서도 외할아버지·외할머니를 힘차게 안는 애교도 잊지 않았다.

윤정아 씨 부모님은 "그동안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도 하고 걱정도 됐는데 직접 얼굴을 볼 수 있어 기쁘다"며 "건강하게 지금처럼 계속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

병치레 속에 자식걱정을 해온 부모님을 위해 윤정아 씨는 자석으로 된 손팔찌와 부항기를 선물했고 윤정아 씨 딸은 그동안 용돈으로 모아 온 2만6000원을 외할아버지·외할머니에게 선물로 드려 웃음꽃을 자아내게 했다.

껀터는 인구가 120만명을 넘는 베트남의 직할시 가운데 한 곳이다. 그나마 이 곳은 잘 사는 곳이라 할 수 있지만 껀터에서 이렇게 5시간씩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오지 마을 주민들은 아직도 열악한 환경 속에 생활을 하고 있다.

대부분이 쌀이나 과일 농사를 하고 일부는 생계를 위해 호찌민 등으로 나와 노동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집은 슬레이트와 양철판·야자수잎과 나무 등으로 만들어 생활하고 있고 화장실은 강가 근처에 마련해 그대로 쓸려 보내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식수는 빗물을 받아 사용하고 빨래는 샘을 파서 거기서 나오는 물을 이용한다.

가족들의 각 방은 천으로 경계를 두고 있고 강가에 지어진 집인데다 문도 없고 벽돌로 아니다보니 비만 오면 집안으로 물이 넘치고 집 안 벽에는 도마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만 비싼 밥솥은 꿈도 꿀 수 없어 밥은 나무와 불을 이용해 짓는다. 그래서인지 친정집 식구들은 해남군번영회에서 선물로 마련해 준 전기밥솥을 최고의 선물이라며 진심어린 마음으로 고마워했다.

윤정아 씨는 "이 집이 제가 15년 전인 14살 때 지어진 집인데 아직도 그 때 그 모양 그대로다"며 "정말 기회가 닿는다면 부모님이 편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집을 고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4박 6일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쩐티쫀 씨와 윤정아 씨는 친정집 나들이를 위해 힘을 모아주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내준 해남군번영회와 해남군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를 비롯한 해남지역사회와 군민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껀터 지역사회도 지대한 관심

해남신문과 해남방송·지역사회가 함께 추진한 이번 베트남 껀터 결혼이주여성들의 친정집 방문과 영상편지 전달 사업과 관련해 베트남 껀터 현지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보여 앞으로 껀터와 해남간의 국제교류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껀터 조국전선위원회 딘 쭝 쭉 부의장과 껀터 친선협력협회 쩐 티 응옥 듕 부회장이 직접 방문단을 맞아 환담하며 이번 방문에 대한 고마움을 직접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딘 쭝 쭉 부의장과 쩐 티 응옥 듕 부회장은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해 관심을 갖고 해남 지역사회가 나서 좋은 일을 하고 있는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며 더 좋은 관계를 앞으로 유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국전선위원회는 공산당 전위기구로 사회단체를 관할하고, 법안 상정과 입후보자의 명단 작성, 국가기관의 감시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곳이며 베트남친선협력협회는 조국전선위원회 산하 정부기구로 해외 NGO의 협력과 연대에 대한 업무를 관할하고 있다.

또 현지 취재와 기관 방문에는 베트남 외교부 껀터지역 담당인 안 꽈 씨가 동행하며 베트남 현지 상황과 문화에 대해 소개하고 방문단의 신원 보증과 경호 역할을 해줬다.

안 꽈 씨는 "껀터에 태광실업이 신발공장을 짓고 있고 롯데마트·롯데시네마 등이 진출해 있으며 한국인들이 이곳을 방문해 농업교류와 모종연구에도 나서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베트남 젊은이들이 많고 3년 전에 들어선 껀터국제공항에 곧 한국노선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껀터 방송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누엔 티 탄 뎅 부국장과 직원들이 환대하며 방송국 현황을 설명하고 뉴스와 프로그램 교류와 관련한 얘기를 나눴다. 농 티 탄 틴 부국장은 "당과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다양한 방안들이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껀터 방송국은 뉴스와 교양, 오락 등 종합편성 채널로 TV의 경우 19시간, 라디오는 24시간 편성을 통해 전국에 송출하고 있으며 직원만 250명에 달하고 있다.

한편 이번 방문과 관련해 껀터 TV에서는 정규 뉴스 시간을 통해 방문 내용을 소개하고 방문단과 껀터지역 주요 지도자들이 서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두 도시간의 협력관계 확대에 대해 환담을 나눴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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