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는 사물을 규정하기 때문에 적절하고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地方)'은 중앙의 지도를 받는 아래 단위의 기구나 조직을 중앙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로 수도(서울)이외의 지역을 하나로 묶어 나타내는 말이다. 반면 '지역(地域)'은 전체 사회를 자연적·사회적·문화적인 특성에 따라 나눈 일정한 공간 영역을 의미하는 것으로 수평적이고 가치중립적 개념을 갖고 있다.

지역분권은 중앙정부의 권한이나 재정을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여 지역문제나 과제는 자신들이 스스로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하여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자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헌법에서부터 법률, 하위법령에 산재하는 지방이라는 단어를 지역으로 바꾸고 서울과 지방이 수직적이고 종속적이며 대립적인 구도를 깨고 지역을 특성과 개성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는 인식변화가 선행될 때 비로소 수평적·개별적이며 상호 보완적인 구도 형성이 가능해진다.

우리나라 행정시스템은 오랜 기간 동안 국가가 정책을 결정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침에 따라서 움직이는 '중앙집권형' 체제였다. 해남 우수영이라는 지명처럼 지도상 위치와는 달리 한양에서 보았을 때 전라도, 경상도의 서쪽을 우수영, 동쪽을 좌수영이라 부른 것에도 중앙집권체제의 시각이다.

중앙집권체제가 산업화 시대에는 고도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을 이끌어냈지만 21세기의 사회경제환경은 크게 변했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고 세계화의 진전과 국제관계 변화, 지역주민들의 가치관과 행정 욕구의 다양화에 대응해서 지역사회를 만들어 나갈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획일적인 기준으로는 다양한 지역문제와 과제에 대처하는데 한계가 노출되고 지역특성에 따른 대처가 불가피하게 되면서 지역분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역분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첫째, 행정의 질과 효율을 높여야 한다. 중복업무해소와 함께 종합적인 서비스 제공과 행정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

둘째, 지역특색과 독자성을 살린 발상(發想)과 자원활용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역간 선의경쟁을 통한 발전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셋째,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지역 내의 다양한 활동주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지역주민 참여와 협력체계가 구축되어져야 한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이 추진되면서 지방분권을 내걸고 세몰이를 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역분권은 시대적 요구이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화려한 언변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지역분권의 신념을 가지고 열정과 헌신으로 가능하다. 지방분권을 외치는 사람들이 그동안 얼마나 풀뿌리 지역정치, 풀뿌리 지역복지, 풀뿌리 문화예술, 지역산업 진흥에 헌신하고 공헌했는가를 판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중앙정부 공무원들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수준을 문제 삼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지역주민 탓을 해왔다. 진정한 지역분권, 내생적 발전은 지금까지 힘과 권력을 갖지 못했던 자들에게 힘을 부여할 때에만 이루어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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