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섭(해남다인회)

 
 

우리나라 차인들은 대흥사 일지암을 차의 성지라고 부릅니다. 초의스님이 일지암에 계시면서 차의 경전이라 할 수 있는 동다송을 지으시고 당대의 석학이신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선생 등과 교우하시면서 차 문화를 중흥시키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후학들은 초의스님을 다성 또는 차의 중흥조라고 추앙하고 있으며, 스님의 차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1992년부터 대흥사와 해남다인회 공동으로 매년 개최하는 초의문화제가 금년에 26회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금년 행사는 오는 20일 해남군민광장에서 여는 전야제로 시작을 합니다. 때마침 국화 철이라 국화 분재로 광장을 장식하고 해남차인연합회 회원들이 다양한 차와 다식으로 찻자리를 편 가운데 해남서초등학교 관현악단이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게 됩니다.

여러분! 은은한 차향, 국화 향기 가득한 가을밤에 감미로운 음악이 함께하는 자리가 기대되지 않으십니까? 다음날인 21일에는 대흥사 성보박물관 앞 광장에서 본 행사가 개최됩니다. 전국에서 모인 30여 들차회 팀이 각양각색의 차와 다식을 선보이고 들차 회장 가운데 작은 무대를 마련하여 누구나 나와서 장기도 자랑하고 차시도 낭송하고 해남생활음악회 회원들이 깊어가는 가을의 정서를 흠뻑 담은 음악도 들려줍니다.

성보 박물관에서는 차 문화 발전 논문공모전 수상자들이 논문을 발표합니다. 이 공모전은 전국의 차 관련 대학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차 문화 발전을 위한 논문을 공모해 시상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차 행사 중에 오직 초의문화제에서만 하고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입니다.

기념식은 초의스님께서 드시던 일지암 유천수를 떠와 차를 우리고 향과 꽃·등·과일·쌀을 올리는 육법 공양과 선고다인 헌다례로 시작됩니다.

제26회 초의상은 우리나라 차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사) 고산장학회 이사장 윤형식선생과 한국차문화연구소 정영선 소장님에게 영광이 돌아갔습니다.

독자 여러분! 차는 세계가 인정하는 건강식품이고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 선생도 차는 정신을 진정시키고 소화를 돕고 머리와 눈을 맑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차 생활에 지나친 격식과 예절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차는 누구나 마시는 기호음료이고 선다일여 같은 오묘한 진리를 구하는 것도 아니며 차를 어떻게 우리고 마셔야 하는지 정해진 규칙도 없습니다.

일상 속에서 쉽고 편하고 소박하게 차 생활을 즐기시면서 삶의 여유와 자기 성찰의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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