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구(전 해남군의원)

 
 

고향이란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을 말한다. 지금까지 고향땅에서 살고 있던, 고향을 떠나 멀리서 살아가고 있던 우리에겐 항상 그립고 사랑하는 고향 해남이 있다.

그러기에 나의 고향 해남은 아무리 헤아려 봐도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어머니의 품같이 따뜻한 곳이다. 고향에 대한 노래는 수없이 많다. '고향의 봄', '고향땅'의 동요로부터 대중가요로는 '고향역', '고향에 찾아와도', 그리고 우리 해남 출신 가수 오기택의 '고향무정', 역시 해남 출신 홍세민의 '흙에 살리라' 이 노래를 읊조리면 문 앞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를 심어 놓고 스스로 "오류(五柳)선생"이라 칭했던 중국 송대의 도연명이 떠오른다. 그는 29세에 벼슬길에 나갔지만 41세에 고향으로 돌아오며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었다.

우리는 고향에 대한 노래 몇 곡씩은 기본이다. 그 중에서도 언뜻 떠오르는 가곡으로 이동원·박인수의 '향수(정지용 시)'가 있고, 한때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곡으로 이은상 작사, 김동진 작곡의 '가고파'를 꼽았다. 나는 학창시절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교내 스피커에서 울려 퍼진 테너 이인범의 '가고파'에 심취되곤 했다. 이처럼 애절한 가사와 멜로디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가슴속 깊이 잘 대변해 주고도 남는다.

이제는 고향에 대한 개념도 세태의 변화와 함께 많이 변하고 있지 않는가?

나와 나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고향이기에 지금 우리의 세대까지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찾고 있으나, 우리네 2세·3세대의 고향은 어디란 말인가? 해남은 아버지·할아버지의 고향일 뿐이며, 그 누구 한사람 반겨줄 이 없는 적막함이며, 이제는 모두들 타인이 되어버린 듯한 무표정들이 세월이 가다 보면 기억 저 멀리에 희미한 그림자처럼 잊혀져갈 것을 생각하면 몹시 두렵고 무서워진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지나가듯이, 나 역시 나이 들어 지나온 날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며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농촌인 해남에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지금껏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에 대해서도 큰 축복이라 생각하며 감사하게 생각한다.

"못 생긴 나무가 숲을 지킨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말인즉 결코 의미 없이 생긴 말은 아니리라. 나는 고향 해남이 좋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떠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젠 떠날 순 없다.

동구 밖 길가에 그리 낯설지 않은 작은 돌 하나하나, 길섶에 이름 모를 풀꽃 하나하나 모두를 사랑하리라, 그리고 지금껏 살아온 과정처럼 감사하며 더욱 아끼고 사랑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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