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쌀 수확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쌀값은 농민들의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 이미 30년 수준으로 떨어져버린 쌀값은 수확기가 다가오는데도 목표가격에 현저히 미치지 않는 금액으로 거래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20kg 정곡 기준 산지쌀값은 지난 5일보다 144원이 오른 3만3168원이다. 지난 7월 15일부터 7차례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가격은 여전히 20년전 가격이다. 수확기에 쌀값이 오르는 계절진폭을 나타낼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있지만 쌀값이 반등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쌀값이 올라도 이미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이 올라도 농업현장에서는 큰 감흥이 없을 것이다.

최근 기획취재를 위해 고창군을 방문했다. 수도권의 귀농귀촌인들을 대상으로 고창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이 귀농귀촌에 관련해 강의하는 것을 참관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쌀농사를 짓지 말라는 말이었다. 쌀을 심어도 복분자나 수박, 멜론 등과 비교해 같은 면적에서 얻는 소득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농업현장에서는 쌀이 더 이상 소득작목이 아니게 된 것 같아 씁쓸했다.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쌀이다. 그만큼 쌀값은 떨어질 때로 떨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김영록 장관은 최근 농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올해 쌀값을 15만원대로 맞추고 내년에는 17만5000원까지 올리겠다는 말을 했다. 신곡의 수요 초과량을 조기에 격리하고 수매 물량을 기존보다 10톤가량을 추가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올해 공공비축미용(34만톤)과 아세안 비상 쌀비축제도(1만톤), 신곡초과수요량(30만톤), 추가격리(10만톤) 등 총 75만톤을 격리 조치할 계획이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정부 계획보다 25만톤을 늘린 100만톤 이상을 매입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쌀생산자협의회는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쌀 수확기에 100만톤 이상 즉시매입, 우선지급금 폐지와 쌀값 보장, 수입쌀 대책과 재고미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바뀌었지만 양곡정책은 변함이 없고 생색내기 위해 매입량을 약간 늘린 정도다고 분노했다. 또 올해 쌀값이 15만원으로 올라도 1kg에 1875원으로 밥 한 공기는 187원밖에 안된다며 쌀값 대폭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정책을 수립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쌀값안정대책의 발표가 늦어질수록 선제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쌀값안정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과연 정부의 정책이 농업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현실에 맞도록 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80kg 기준 13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쌀값을 정부가 목표로했던 15만원까지 올릴 수 있는 정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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