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정(광주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우리 농업과 농촌은 농가인구와 농촌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농촌사회의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농가 양극화가 심화되고 농가부채도 증가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도농격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우리 농업의 본격적인 개방은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를 시작으로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자유무역협정(FTA)은 조약을 체결하는 두 국가 간의 시장을 통합하는 효과를 가져와서 더욱 시장개방화를 촉진하고 있다. 이에 우리 농업은 취약한 산업기반을 노출한 채 전 세계적인 무한경쟁으로 내몰렸고, '국제 경쟁력 있는 농업'을 위해 생산력 확대와 가격 경쟁력 위주의 정책에 휩쓸리게 되었다.

개방화시대를 대비하여 우리 농업·농촌을 살리고자 역대 정부는 수많은 농업·농촌대책을 추진하여 왔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42조원(1992~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이 정부는 45조원(1999~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119조원(2004~2013년) 투융자계획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새로운 투융자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5개년 계획을 집행하였다.

필자가 민주당 농림해양수산전문위원 시절(2006~2007년)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농수산업경쟁력 제고방안'연구를 한 바 있다. 그 보고서 작성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이었다. 2006년 참여정부의 '농업·농촌종합대책'의 핵심은 재원 119조원을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농업(농업정책), 잘사는 농업인(소득정책), 살고 싶은 농촌(농촌정책), 농정추진·지원추진체계 개편이었다. 당시 농업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책을 담고 있었다.

10년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의 농림축산식품부의 비전은 '희망찬 농업, 활기찬 농촌, 행복한 국민'이었다. 농정과제는 농식품산업의 미래성장산업화,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농촌건설, 농가소득증대, 안전한 농식품의 안정적 공급,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이었다. 2017년 현재 우리의 농정 현실은 그 비전과 농정과제가 실현되기 보다는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불안정한 소득, 불신 농식품으로 안전한 먹거리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10년 세월만 허송했을 뿐, 여전히 농업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고질화(痼疾化: 오래 되어 고치기 어려운 상태)되고 있다.

농가소득이 수지가 맞아야 농업과 농촌에 활력이 넘치고 사람이 돌아오는 산업이 될 수 있다. 농가소득(농업소득+농업외소득)에서 농업소득의 안정을 위해서는 농산물가격안정이 필수적이다. 농업외소득 증진을 위한 '농업의 6차산업화'가 동반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농정현장에서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인력주체, 중간 조직(생산·유통·가공)육성이 필요하고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증대시키는 소지역별·품목별로 가공·저장·유통센터가 구축되어야 한다.

쌀값 유지를 위해서 쌀 생산량 조절과 함께 쌀 소비를 확대하는 방법이 해결책인데도 그 길로 가지 못하였고, 급기야 산지 쌀값하락으로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수'문제까지 터졌다.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면 가격안정을 위해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데, 우리 농정은 오히려 정부가 개입하여 시장의 실패를 가져오는 실패한 농정(생산증대를 위한 농업투자 확대→생산량 증대→소비감소→농산물 가격 폭락→농업투자 실패→농가파산)을 되풀이하고 있다.

앞으로 농정은 중앙집권적 하향식 농정, 관료주의와 정치논리에 의한 결정과 집행, 가격경쟁력과 생산력 제일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방정부의 자율성 확대, 지역특화농업 육성, 창의적 농업 확대, 다기능 농업과 가족농 육성, 직불제 확대와 농업재정 효율화를 통한 소득안정망 구축, 제4차 산업혁명의 선도산업으로 가야할 것이다. 농정의 바탕은 국민의 신뢰가 있어야 농업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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