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해남공고 교사)

 
 

훌륭하고 대단한 사람이다. 평생 지방자치, 시민운동을 깨우고 일구며 사심 없이 살아온 깨끗한 사람이다. 갖은 정치적 박해와 언론의 구정물 세례에도 꿋꿋하게 자기 길을 걸어왔고 정치적 기반이나 정당의 결정적 지원 없이 거의 자력으로 성장한 인물이다.

서울시장 당선 후에도 당에 멱살 잡히는 일 없이 서울시의 발전을 위해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국민적 지지를 넓혀왔다. 정치적 줄서기로 성장해온 이들과는 달리 탄탄하게 시민운동으로 자기근육을 키워온 실력 있는 인물,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정치인이다.

그가 해남에 왔다니 사람들은 설레었고 쫌 희망을 걸기도 하는 것 같다. 피폐해가는 지역, 농촌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시대에 이런 전국구 인물의 지역방문만으로도 군민들은 크게 기대를 갖는다. 얼마나 답답했는데, 지역과 농촌을 위한 발언도, 희망도 한마디 없던 지독한 세월에.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지방자치를 살려보자는 원론적 농촌, 지역 살리기였고 구체적으로는 로컬푸드, 도농상생을 위한 직거래틀을 말했다. 해남에서도 여러 번 나온 이야기다. 지역 신문에도 몇 번 연재가 되었고 제기가 이루어진 내용이다. 그간 지역의 이런 제기를 흘려 듣다가 서울 손님이 오니까 환호하는 데서는 사대주의가 느껴지기도 한다.

좋은 의미에서 그의 행보는 대선출마를 겨냥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가 특별하게 해남만을 찍어서 온 게 아니다, 해남이 특별히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미 전남 내의 영광, 광양, 여수 등 십여곳의 자치단체를 방문했고 가는 곳마다 비슷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지역 사람들과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해남사람들 착오마시라. 그가 해남에 특별히 다른 대접을 한 게 아니라는 거다. 차기 대선쯤을 겨냥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지지자를 넓히겠다는 그의 행보다. 그를 꾸짖는 게 아니다. 정치적 도약이 필요한 그에겐 필요한 일이다.

해남에서 한 말들은 전국 자치단체 수십 곳에서 똑같이 나온 이야기들이다. 매주 마다 그의 자치단체 방문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해남에서 불러서 그가 왔지만, 그는 지역에서 누구든지 자기를 불러주기를 쌍수 들고 기다리는 형편이다. 부르기만 하면 누구든 어디든지, 지금은 거의 언제든지 달려간다. 정치적 지지자의 확대가 다급한 시기이니까. 이해한다.

그를 불러들인 사람들이 지역에 원전이나 화력발전소를 들여오자고 앞장서고 찬성한 사람들, 언론들임을 알면 그는 기절초풍 할 것이다. 그들 중엔 애초에 지역, 농촌의 발전에 아무런 기대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다가 원전설치와 같은 마피아들의 침투 이벤트에 떡고물을 노리고 함께 했던 이들이 많다. 아예 해남을 죽음의 골짜기로 밀어 넣는 일이었다.

박원순 시장은 공무원들이 NO라고 할 수 있을 때 지역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은 그만두고 군청 바깥에서까지 감옥 간 부패 군수를 옹호하던 세력들이 박원순!이라는 그럴싸한 상표에 들러붙는 꼴이다. 중앙의 거물들이여 신중하시라. 지지를 넓히고 싶은 맘 이해하나 아무 줄이나 타고 내려오면 본인도 손해다. 박원순을 아끼는 사람으로서 지역을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행보에 세심함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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