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대첩축제는 지난 2005년 해남군이 '명량대첩제'라는 이름으로 별도 축제를 개최하면서 시작됐다. 2007년 해남과 진도가 통합 추진을 합의해 2008년 명량대첩기념사업회가 설립됐고 그 때부터 공동으로 축제를 진행해왔다.

올해도 지난 9일 명량대첩축제에 방문했다. 3년 연속 관람이다. 축제장 인근에 차량이 몰리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일었고, 거북이 주행으로 찾아간 주차장은 모두 만차여서 해남과 진도를 오가며 헤매야 했다. 겨우겨우 먼 곳에 차를 대고 걸어가는데 도로 갓길에 핸드폰을 손에 들고 발을 동동 구르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여러 차례 보였다. 주차 자리가 부족해 이중주차가 된 상황인데, 안쪽 차량이 축제장을 벗어나고자 바깥 차량의 차주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취재 중 만난 관광객은 주차할 공간은 마련해두고 사람을 불러모아야 하는 것 아니겠냐는 볼멘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50여분을 소요해 축제장에 들어와 해전 재현을 촬영하기 위해 진도대교로 향했다. 처음 해전 재현을 봤을 때는 수많은 배가 해전을 재현하는 모습에 놀람과 감동을 느꼈고 그 어느 축제장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라 여겼다. 하지만 매년 해전재현 등 예년과 비슷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다 보니 축제에 대한 감동이 점점 희석되는 느낌이다. 마을 이장이 3명을 동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새로운 관광객보다 지역민들이 더 많이 관람하러 오는 축제인데, 매번 구성이 비슷하니 단조롭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특별하게 올해는 울트라 레이저쇼를 진행한다고 해서 야간까지 남아 축제를 관람했다. 저녁 7시가 지나니 대부분의 체험은 문을 닫았고 우수영 무대는 사람이 텅 비었다. 인기 가수들의 공연이 열리는 녹진은 그나마 관객들이 가득 차 있었고, 유일하게 아이들용 체험 기구도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야심차게 홍보한 레이저 쇼는 가수 공연이 끝난 9시 30분 이후에서야 시작됐고, 밤하늘에 일직선의 레이저를 교차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특징이 없었다. 심지어 레이저 쇼가 끝났다는 안내 멘트조차 없었다. 주위의 관람객들은 동행인들과 '이게 끝인가?'로 이야기를 나누며 서있다가 축제장을 빠져나갔다.

밤 10시가 가까워지는 시각, 축제장 내부는 고요했고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길목은 지역민 먹거리촌과 각설이 공연, 상인들의 부스로 불빛이 반짝였다. 어느 축제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시장통 같은 축제장의 모습이었다. 각설이팀과 상인들은 일명 축제의 '꾼'들이다. 야간 프로그램을 구성해 체류형 관광으로 지역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은 '꾼'들이고, 축제의 특징을 나타낼 수 있는 장치는 아무것도 없었다. 주차공간을 포기하고 각설이 공연을 3팀이나 자리를 내어줄 이유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차라리 해남군만의 축제로 운영되었으면 축제 구성이 자유롭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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