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쓰기 성황리에 끝나
껀터 부모에게 그리움 전해

▲ 편지쓰기 대회에 참여한 한 껀터 결혼이주여성이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편지를 쓰고 있다.
▲ 편지쓰기 대회에 참여한 한 껀터 결혼이주여성이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편지를 쓰고 있다.
▲ 편지쓰기대회에서 모아진 편지 50여통은 항공우편으로 각 친정집에 보내졌다.
▲ 편지쓰기대회에서 모아진 편지 50여통은 항공우편으로 각 친정집에 보내졌다.

| 싣는순서 |

1. 땅끝에서 땅끝으로 왔어요
2. 마음으로 쓰는 편지 - 사랑합니다(toi yeu ban, 또 유 반)
3. 편지로 이어지는 우리가족 이야기
4. 껀터에서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
5. 미디어와 지역사회를 통한 다문화가정의 사회복지 방향과 과제는?

해남으로 시집와서 대부분 처음 써보는 편지들. 보고 싶을 때 전화 통화는 가끔 하지만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는 것은 처음이라 어색함이 앞서지만 첫 글자를 쓸 때부터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가 없다.

모국어로 고향에 있는 부모와 가족들에게 그리움을 전하는 그녀들의 편지에는 애잔함과 간절함 그리고 그리움이 한없이 담겨있었다. 나이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도 고향과 부모에 대한 그리움은 하나였다.

해남으로 시집온지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10년이 넘었고 대부분이 이제 엄마가 됐지만 고향과 부모님을 생각하며 써내려간 그녀들의 편지는 어린아이의 순수함마저 담겨있었다.

지난달 31일 해남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대한민국 땅끝 해남에서 베트남 땅끝 껀터로 전하는 사랑의 편지쓰기' 행사가 열렸다.

새로운 시도·새로운 발걸음
지역사회가 함께 한 행사

이날 행사에는 껀터에서 해남으로 온 결혼이주여성 30여명이 직접 현장에서 고향과 친정 부모님을 생각하며 편지를 써내려갔고 행사장에 오지 못한 이주여성들도 집에서 미리 쓴 편지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함께 참여했다.

경제적 여건으로 친정집을 자주 방문하지 못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 생활에 대한 기쁨과 어려움 그리고 고향과 친정집에 대한 그리움을 글로 써내려갔고 일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녀들이 편지에서 밝힌 내용 중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마음을 울린 문장은 태어나게 해주시고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였다.

그녀들의 마음이 담긴 편지 가운데 2통을 한국어로 번역해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아래>이번 사랑의 편지쓰기는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해남신문과 해남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해남군번영회, 해남우체국 등 4개 기관이 함께 참여해 생활필수품과 이불을 기념품으로 제공했고 이날 작성된 편지는 해남우체국을 통해 항공우편으로 모국 친정에 보내졌다.

이종연 해남우체국장은 답장을 서둘러 받기 원하는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개인비용을 들여 여성 4명의 편지의 경우 특급우편으로 발송했다.

또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4가정을 선정해 2가정은 친정집 방문의 혜택이 주어졌고 다른 2가정은 해남방송에서 영상편지를 촬영해 베트남 현지로 전달하게 된다. 친정집 방문은 해남군번영회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의 항공권과 선물비용 등을 지원하고 해남신문과 해남방송은 기획취재 일환으로 베트남 현지에서 친정집 방문과 영상편지 전달을 취재하고 촬영하게 된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은 지역사회의 동참과 동행으로 이뤄진 것으로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며 사업도 확대될 계획이다.

당장 해남군이 내년부터 다문화가족들을 위한 국제교류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해남교육지원청도 껀터지역 학생들과의 교육교류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일부 사회단체들도 친정집 집수리 봉사같은 교류사업에 앞으로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해남에 있는 테마여행사 측은 해마다 개최되는 다문화가족 한마음 대회에서 결혼이주여성 한명을 선정해 왕복 항공권 1장을 경품으로 지원해왔는데 내년에는 다른 기관과 연계해 항공권을 2장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역사회도 이제 그녀들과 함께 마음으로 쓰는 편지를 시작한 셈이다.

 

 
 

"엄마 손녀가 9살이 됐어요"

<해남으로 온 지 10년 강미란 씨>

 
 

부모님께. 딸이 부모님께 얘기하고 싶어요. 부모님 항상 건강하세요! 곁에 없지만 항상 마음은 부모님 곁에 있어요.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딸은 엄마, 아빠가 무척 보고 싶어요. 여기서 행복하고 따뜻한 가족들과 잘 지내고 있지만 언제나 어릴 적 부모님 곁에서 사랑받고 자랄 때가 생각나요. 엄마, 아빠를 안고 싶고, 함께 밥도 먹고 싶어요.

엄마의 활짝 웃는 모습도 보고 싶어요. 가끔 생각해요. 너무 멀리 시집가서 엄마, 아빠를 못 보살펴드릴 것 같아 속상함에 많이 울었는데, 엄마는 몰랐죠? 이런 생각 하니 부모님이 더 소중하고, 더 사랑합니다. 저는 불효자식일까요?

오늘 엄마 손녀가 9살이 되었어요. 한국 생활은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아빠가 행복해 하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해요. 사는 게 쉽지 않고 부모님과 떨어져서 산다는 게 힘들었는데 시간이 흘러서 이제는 잘 견뎌내고, 이제야 어른이 된 것 같아요.

한국에는 예쁜 딸이 있어 큰 축복이자 행복이고 부모니께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제일 행복해요. 아! 고모, 삼촌 가족들도 잘 계시죠? 제가 시집가기 전 한국에 간다고 모두 걱정해주셨는데 저 잘 살고 있다고 안부 전해주세요.

사랑하는 엄마 아빠! 저는 아빠 허리가 제일 걱정 이예요. 항상 조심 하고 일 많이하지 마시고 엄마는 잘 드시고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고향 생각하면 당장 이라도 엄마, 아빠 계시는 베트남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미래를 위해 잘 견디고 준비해갈게요.

부모는 자식밖에 없다는 말이 맞네요. 자식은 부모밖에 없고 저 이렇게 태어나게 해주시고 잘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제 마음은 항상 효도하고 또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미래에 좋은 모습으로 만나 뵐게요.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이번에도 못 가지만 마음만은 함께…

<해남서 열번째 추석맞는 민수경 씨>

 
 

사랑하는 부모님께!

이번 명절에는 베트남 집에 못 갈 것 같아요.부모님께 처음 쓰는 편지인 것 같아요.

한국에 시집 오고 나서 우리가족이 더욱 더 그립고 보고싶어요. 저는 한국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지만 조금은 서글프고 슬퍼요.

석양이 지는 하늘을 보면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고향이 생각나서 눈물이 나기도 해요. 부모님께서 저를 키워주시고 사랑을 많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부모님의 은혜는 산처럼 높고, 엄마의 사랑은 물처럼 깊은 사랑'이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엄마 아빠가 제게 주신 사랑이 이런거라고 생각하니 저는 항상 부모님이 힘이 되고 저를 살게하는 희망이 됩니다.

저녁이 되면 지저귀는 새들 소리, 바스락거리는 잎새 소리에 엄마 생각이 간절한데 가고 싶은 곳 자유롭게 가는 바람처럼 나도 바람과 함께 엄마를 만나러 가서 함께 밥도 먹고, 안아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싶어요.

너무 보고 싶어요, 엄마 품이 너무 그리워요. 옛날에 저는 개구쟁이었는데 그런 내게 엄마는 항상 웃어주고 잘해주시는 부모님이계셔서 든든하고 좋았어요. 부모님이 계시지 않았 더라면 줄이 없는 기타처럼 쓸모없는 존재였을 텐데 이렇게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멀리 시집 와서 명절이 되면 슬퍼요. 가족과 함께 엄마 아빠 보러 가고 싶은데 생활이 어렵고 여유가 없어 못가니까 엄마 나 보고 싶어도 제가 가는날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세요.

항상 그립고 보고 싶어요. 이렇게 태어나게 해주시고 잘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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