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 모금으로 추모비 세워
진상규명 유족지원책 필요

▲ 일제에 강제동원 됐다가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118명의 광부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추모하는 조형물이 건립돼 지난 6일 건립식과 합동추모제가 열렸다.
▲ 일제에 강제동원 됐다가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118명의 광부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추모하는 조형물이 건립돼 지난 6일 건립식과 합동추모제가 열렸다.

일제강점기에 강제 동원됐다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선박 화재로 바다에 수몰돼 118명의 광부들이 목숨을 잃었던 '옥매광산 광부 수몰사건'을 추모하는 조형물이 건립됐다. 특히 일제강점기 국내 강제동원 사건에 대해서는 제대로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관심도 떨어져 있는 만큼 조형물 건립을 계기로 진상규명과 유족지원을 위한 체계 마련에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남 옥매광산 광부수몰 118인 추모비 건립위원회와 유족회는 지난 6일 황산면 삼호리 선착장에서 추모비 건립식과 72주년 합동추모제를 가졌다.

추모조형물은 군민들의 성금이 모여 조성됐다. 추모비 건립위원회는 지난 8월부터 모금행사를 진행했으며 1300여명의 군민들이 1396만2000원의 성금을 내 더욱 의미를 더했다.

'임이여 영원하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추모조형물은 5.5m 높이로 배모양 조각물위에 희생된 118명의 광부를 상징하는 118개의 원모양을 조성해 마침내 고향 품에 안긴 광부들의 넋을 기렸다.

옥매광산은 일제가 군수품의 원료인 명반석을 얻기 위해 개발한 곳으로, 일제강점기 국내 강제동원 중 가장 큰 규모의 동원지로 알려져 있다. 황산면과 문내면 등 지역 광부들은 1945년 3월 하순경 일본경찰과 헌병에 의해 강제로 배에 태워져 제주도로 끌려갔다가 같은 해 8월 15일 해방이 되자 고향으로 돌아오기 위해 어렵게 배를 구했다. 당시 배에는 일본인 5명을 포함해 225명이 타고 있었는데 배가 추자도 앞에 이르렀을 때 배에 큰 불이 나고 승선한 광부들은 모두 바다에 뛰어내렸지만 표류 8시간 만에 그 앞을 지나던 일본 경비정에 의해 구조작업이 시작되는데 일본 경비정은 구조된 137명의 사람들 중 일본인 5명이 포함된 것이 확인되자 나머지 118명의 광부들은 그대로 버려둔 채 현장을 떠나 버렸다.

대부분 유족들이 고향을 떠난 상황에서 안타까운 역사를 기억하고자 당시 생존한 광부들의 후손들이 추모제를 이어왔다. 남아있던 유족들도 나이가 들고 고향을 떠나 추모제 진행마저 어려운 실정이었다.

지난해부터는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황산면과 문내면 사회단체들이 나서 추모제를 지원하면서 추모제가 중단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큰 실정이다.

해남군도 올해 조례계정을 통해 강제동원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으로 추모제 비용 300만원을 지원했다.

박철희 옥매광산 희생자 유족회 회장은 "그동안 몇몇 유족들이 성금을 모아 추모제를 지내왔지만 올해는 군민들의 도움으로 뜻깊은 추모제를 진행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그 뜻을 소중히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내년초 추모조형물 주변 공원화 사업과 함께 성금을 보내준 1300여 군민들의 명단이 새겨진 동판도 건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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