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지금은 작고한 김신이라는 소설가의 '대학별곡'이라는 소설이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적이 있었다.

책표지에는 "청춘이여!! 진정한 대학의 낭만을 경험하고 싶지 않은가! 세대가 바뀌어도 문화가 발달해도 대학에의 낭만은 영원하다."라고 쓰여있다.

당시의 대학캠퍼스는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시위와 최루가스가 일상화 되어 있었지만 소설속에서는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고민과 방황하면서 철학적 담론과 현실의 삶을 고민하던 대학생들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요즘의 스펙 쌓기와 취업을 위한 자격증·공모전·해외어학연수까지 거치는 것이 정형화된 코스가 된 대학생활 현실은 팍팍하다. 비약적 경제발전이 있었지만 대학을 졸업해도 오히려 취업과 먹고 사는 문제로 더욱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다. 대학의 낭만은 사라지고 자본주의 교육산업의 장이 된 대학에는 경쟁과 줄세우기가 보편화되었다. 이런 사태를 촉발한 배경에는 두 가지의 커다란 정책변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첫째, 1981년 전두환 정권이 도입한 대학졸업정원제이다. 대학입학의 문턱을 낮추므로 과외나 재수생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30%가 늘어난 입학 정원을 졸업에서 탈락시켜 재학 중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취지의 제도였다. 이 제도의 속내는 학생운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측면이 있었지만 1988년 입학정원제로 환원되면서 대학생 수가 급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둘째, 김영삼 정부에서 1996년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도입되면서 대학설립이 쉬워지며 대학의 수가 대폭 늘어났다.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대학설립 예고제'에 따라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기본재산, 도서, 기숙사, 실험실습설비 및 교재 교구 확보 기준이 명시되었고, 대학 설립 계획단계에서 최종 설립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조건을 충족했을 경우에만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도입되면서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라 학교부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최소 설립 요건을 갖추면 대학 설립을 인가하는 제도로 바뀌었다. 1979년 전문대학 127개교, 일반대학 84개교가 20년 후인 1999년에는 전문대학 161개교, 일반대학 159개교로 대폭 증가하였다.

제도 변경당시 설립기준이 완화되면 부실사학이 난립하고 대학 구성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시간이 흘러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폐교된 대학의 대부분이 이시기에 설립된 학교들이다.

요즘 대학가는 내년 3월에 실시될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앞두고 사활이 걸린 평가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1차 평가 때와는 달리 권역별 평가와 교원처우개선을 위한 평가지표 조정이 도입되었지만 대학들이 요구한 규모별 평가나 국공립대와 사립대 분리평가는 도입되지 않았다.

학령인구의 감소추세가 가팔라 위기는 이제부터 본격시작인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대학교육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국가경쟁력확보를 위한 고등교육 질 향상을 이뤄낼 수 있을까? 대학생활의 낭만과 철학적 사유를 되찿을 수 있는 날은 다시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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