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다. 폭염이 세력을 잃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지방선거가 28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바람도 불기 시작했다.

자천타천으로 선거전에 나서려고 신발끈을 조이고 있는 지역정치인들을 미래비전과 개혁의지, 리더쉽을 포괄하여 '정치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와 도덕성과 인간미, 평판을 종합해 '지역에서 신뢰받고 있는가?' 로 분류해보면 크게 네 가지의 범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정치역량도 뛰어나고 지역에서 신뢰받는 정치인이 있다면 지역의 행복이겠지만 우리지역에는 이런 인물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선거에서 항상 최선을 선택하기보다는 최악을 면하기 위한 선택이나 지역공동체 보다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우선하여 지연·혈연·학연에 기반한 선택을 하다보니 군수직 삼진아웃이라는 불명예와 정치후진 지자체로 낙인 찍혔다.

둘째, 정치역량도 형편없고 지역주민으로부터 신뢰도 바닥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이 지역을 이끌어 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나서는 정치인이 있다. 지역주민들은 그동안의 시행착오와 경험 통해 판별력을 갖추었지만 정작 정치인 자신은 자신을 잘 모르고 과대평가를 하거나 주변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펌프질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정치인은 정책이나 소신보다는 선거에서 금권 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정치인이다.

문제는 세 번째 정치역량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과대 포장되어 있는 경우와 정치역량은 충분한데 지역에서의 진면목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이다. 세 번째 유형의 정치인은 거시적 담론은 거창하지만 미시적 실행성과는 부실하다. 말로는 무엇이든 다 하는데 실제로는 별로 한 것이 없는 사람으로 언행불일치 이다. 언사는 화려하지만 실지로 지역에서 이뤄낸 실적이 없고 그동안의 자신의 행적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도 않는다. 이런 정치인이 당선되면 개혁적이고 창조적인 지역정치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 표를 행사했던 주민들은 아예 정치에 무관심해버리거나 후회하고 자신을 탓하는 결과로 돌아오게 된다.

정치적 역량은 충분한데 지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네 번째 경우가 선거에 당선된다면 그나마 차선의 선택이겠지만 대개 원칙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지연·혈연·학연에 기대지 않아 금권·관권선거에는 취약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선거를 치루기 조차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정치는 이벤트가 아닌 삶이다. 자기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면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벗어나기가 얼마나 힘든지, 정치 지도자가 바로섬으로써 사회가 얼마나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우리는 촛불정국을 지나면서 실감했다.

최선을 선택하되 여건이 허락되지 않으면 차선이라도 선택하기 위해 '정치역량'과 '신뢰도'라는 두 요소로 지역정치인들을 세심하게 판별해서 한 표를 행사해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계속해서 삼진아웃을 당한 해남은 내년 지방선거가 9회 말 투아웃에 몰린 마지막 기회이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정말 심사숙고 해야 할 일이다. 군수나 군의원은 우리가 쓴 정치극본을 실행하는 배우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지역의 발전과 미래가 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