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 8월 초 서울지역 교육대학 재학생들이 서울시 교육청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내년도 서울시 초등교사 임용인원이 올해 846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105명으로 발표된 직후였다. 그런데 동정여론을 구하려던 학생들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시위 교대생으로 짐작되는 한 학생의 페이스북 게시글 때문이었다. "서울이 적게 뽑으면 지역으로 가면 되지 않느냐는 글이 많은데 죽어도 시골은 싫다"면서 특히 "여성을 물건 취급하고 성폭력에 너무나 관대한 충남·전남서 일하긴 진짜 싫다"는 내용이었다. 전국의 2018년도 초등교사 임용인원은 3321명이고 교대졸업생은 3800명으로, 경쟁률은 1.14대 1에 불과했다.

서울 지역 교대생들이 비난한 교사임용 인원축소 문제는 교대생들에게 인기 높은 수도권과 광역시권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였다. 강원·충청·호남 지역은 교사임용 지원자가 부족해 미달사태를 겪어왔다.

서울지역 교대생들의 시위는 지금까지 청년실업 문제 해소를 위한 각종 대책에서 누락된 요소 하나를 부각시켰다. 바로 '지역'이다. 구직 청년들이 일자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고려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지역인데, 정책적으로 지역 요인은 크게 중시되지 않아왔다. 문재인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책으로 공무원 1만2000명 증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수도권에서 세종시나 혁신도시로 이주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들은 이직자가 많고 그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청년실업에 대한 논의에서는 청년들이 공무원과 같은 평생고용, 대기업과 같은 높은 임금의 일자리를 선호한다는 점이 주로 부각되었다. 그래서 고용조건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일치된 견해였다.

그러나 서울지역 교대생들의 시위는 초등교사와 같이 평생고용이 보장되는 좋은 일자리라 하더라도, 청년들이 선호하는 지역, 즉 수도권에 그 일자리가 있지 않다면 무용지물임을 보여주었다. 지역 출신 학생들은 수도권으로 모여들어 수도권 일자리 경쟁은 치열해지고, 지역에서는 일자리를 채울 사람들이 부족하다. 실업청년도, 중소기업도, 지역사회도 모두 고통과 부작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 현실이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려면 서울만큼 좋은, 아니면 서울보다 나은 지역이 늘어나야 한다. 은퇴세대만이 아니라 청년들에게도 서울을 떠나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지역의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수도권 청년들이 지역으로 이주하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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