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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김경옥(해남공고 교사)
해남신문  |  bombi5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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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1  11: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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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싫으면 눈을 감으면 그만이고 먹기 싫으면 입을 다물면 그만이다. 그러나 귀는 언제나 열려있다. 닫을 수 없다. 심지어 신체의 휴식시간인 수면시간에도 귀는 열려있고 소리는 들어온다.

이명, 끊이지 않고 귀속에서 무언가 울어대는 소리. 그것은 통증은 아니나 어떤 통증보다 사람을 괴롭힌다. 피하고 싶은 소리를 끊임없이 들어야 하는 고통, 피할 수도 없고 멈춤도 없이 계속되는 고통, 견뎌내기 어렵다. 소음의 고통도 비슷하다.

아파트가 주거의 주된 형태로 바뀌면서 층간소음의 문제는 점점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통과 분노가 쌓이고 마침내 폭발해서 살인의 지경에까지 이르는 뉴스를 몇 차례 보았다. 위층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꼭 자기집의 바로 위층이 아니라 몇 층에선가 나는 소리가 공명을 일으켜 위층처럼 들리는 경우도 많다. 소음을 발생시키는 당사자에게 그 소리는 별 것이 아닌데 층을 통해서 확산될 때 저주파로 울려 듣는 이에겐 훨씬 고통스럽게 들린다는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서로간의 조심과 양해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아파트 시공시에 소음의 차단을 위한 기술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공사장의 소음도 주변 사람을 심하게 괴롭힌다. 수십년 전 해남읍의 모 아파트는 산의 암반을 깎아 내고 그 위에 짓는 것이라서 돌 깨는 기계음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두어달간을 쉬지 않고 쏟아냈다. 그때 직장의 해직으로 고통스러운 처지였고, 어디 마땅히 갈만한데도 없던 나는 꼼짝없이 그 소리를 하루 종일 들어야만 했다. 소음이 공해로 인식되지도 않던 시절이라 누구에게 항의 할 수도 없어서 더 고통스러웠다. 더운 여름날의 그 고통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공사장의 소음은 지금도 어디서나 자주 발생한다. 소음의 정도, 시간, 기간에 대한 일정한 제한을 지키도록 관청에서 중요하게 감독해야 한다.

밴드부 학생들이 연습을 위해 울려대는 음악도 주변인에겐 소음이어서 각급 학교에는 항의 민원이 자주 들어온다. 음악은 아름다운 소리지만 듣는 이가 듣기 싫은 소리라고 느끼면 소음이 된다. 즐겁고 흥겨운 음악을 두고 소음이라고 하는 건 너무 이해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듣는 이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듣는 이의 마음이 그 음악을 받아들일 여건이 아닐 때 아름다운 음악도 강력한 소음이 된다. 각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바탕으로 운행되고 있는 사회에서 타인의 선택을 배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흡연자가 내뿜는 담배 연기의 피해 때문에 전사회가 금연의 구호를 외쳤고 지금 흡연자의 설 곳은 어디에도 없다. 편하게 쉴만한 장소라고 생각하는 식당이나 카페에도 금연은 확정 되었다. 흡연석과 금연석을 구분해서 운용하면 될 만한 일인데도 금연 일변도로 정부는 밀어부쳤다. 비흡연자의 강력한 목소리와 요구가 뒷밭침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담배연기로부터 나를 지킬 자유를 외쳤던 사람들, 이제는 소음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달라는 강력한 요구를 했으면 좋겠다. 개인의 자유가 확산되고 지켜지는 것이 사회의 발전이다. 사람들이 머무르고 싶어 하는 곳은 늘 조용하고 편안한 곳이었다. 해남이 그런 도시로 정평이 난다면 부동산 가치나 교통의 편리보다 조용함만을 찾아서 해남으로 오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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