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 고인 유지 받들어

유가족들이 생을 달리한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장례식을 치르면서 조의금을 받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94세 일기로 별세한 윤재철 옹의 장례식이 최근 해남의 한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는데 식장 안에는 조의금을 넣는 함이 봉인된채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조의금을 받지 않으니 양해해 달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일부 문상객들은 미리 안내 받은 내용이지만 그래도 봉투에 조의금을 준비해 직접 유가족들이나 호상에게 전달하려 했지만 누구 하나 조의금을 받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고인의 장남인 윤광천(72)씨는 "아버지께서 평생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셨고 자식들에게도 이를 강조하셨다"며 "특히 문상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으니 장례식 때 절대 조의금을 받지 말라고 당부하셔셔 가족회의를 거쳐 아버지의 유지를 그대로 따른 것 뿐이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께서 조의금을 받지 말 것과 함께 형제간의 화합도 유지로 남기셔서 기쁜 마음으로 이를 실천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 조문객은 "고인이 해남에서 세무서와 군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고 인품도 남달라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조문객이 1000여명 정도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조의금으로 지출한 돈이나 주위 시선을 생각하면 고인이나 유가족들 모두 이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소박한 장례 문화를 보여준 것이어서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고 윤재철 옹은 삼산면에서 태어나 해남보통학교(지금의 해남동초등학교)와 해남농업실수학교(지금의 해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삼산면 서기에서 출발해 세무서와 군청 공무원 등 수십년동안 공직생활을 하며 검소한 생활을 실천했으며 문맹 퇴치운동과 학문연구에도 평생을 바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지난 2011년 해남동초등학교의 100년 역사 기록을 담은 100년사 책자를 발간할 때도 당시 최고령 동문 자격(24회 졸업생)으로 제작비 일부를 학교에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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