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매출액 세계1위 자리를 차지했다는 소식과 메모리 반도체의 원조인 일본 도시바가 경영위기로 상장폐지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소식은 치열한 세계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반도체의 주 원료는 모래 속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규소(Si)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모래왕국'인 셈이다.

1983년 삼성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산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우수한 인재로 할 수 있는 것이 첨단산업이며 그 중 반도체산업은 성장성이 높고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효과도 지대하고 기술 및 두뇌 집약적인 고부가 산업이기 때문에 한국에 적합한 산업이라고 확신했다.

당시 국내외 여론은 매우 부정적 이었고 일본 미쓰비시 연구소는 삼성전자의 반도체산업 진출에 대해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는 5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변변한 가전제품 하나 없는 빈약한 내수시장, 낮은 수출 경쟁력, 열악한 기술경쟁력, 투자여력의 부족, 수도·전기 등 사회간접자본 미비 때문에 필패할 것이라 했지만 세월이 흘러 오히려 미쓰비시가 반도체산업에서 퇴출된 상황이 되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강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것은 리더들의 혜안과 세계 최초 8인치 웨이퍼 적용, 낸드플래시 메모리 독자개발, 적층방식의 제조공정 채택 등 중요한 고비마다 리스크를 무릅쓴 선택이 적중한 결과 였다. 둘째, 반도체 왕국은 수많은 종업원들의 집단 노력과 희생에 바탕한 결과이다.

1983년 반도체 산업에 진출한 지 9개월 만에 세계 3번째로 64KD램을 개발해낼 만큼 초인적 노력을 한 노동자와 반도체 제조공정의 특성상 사용하는 수많은 화학약품에 노출되면서 백혈병과 같은 산업재해로 생명을 잃거나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산재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1948년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시작된 반도체 산업은 1982년 일본 도시바가 'W작전'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1MD램을 최초로 개발하고 NAND형 플래쉬메모리를 개발하면서 1989년 세계 1위의 자리에 등극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버블경제 붕괴로 투자축소 운영자금부족 등으로 인한 도시바의 사업규모 축소와 인력구조조정은 삼성전자에게 기회로 다가왔다. 이제는 일본 반도체의 전성기 였던 1990년대 일본전기·히타치·도시바·후지쯔·미쯔비시·마쓰시다 등 세계 Top 10에 들었던 일본기업들은 모두 몰락했고 미국→일본→한국→중국 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엄청난 투자와 자금력으로 한국과 일본의 엔지니어와 제조기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맹추격하고 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2017년 상반기 수출액의 15%를 점유할 만큼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져버렸다. 다른 산업분야와는 달리 아직은 독주체제이지만 그만큼 위기감도 크다.

도전정신과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온 모래왕국이 사상누각처럼 무너지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와 함께 사업의 다각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경유착에서 벗어나서 노동자들의 희생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보상과 함께 인간중심경영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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