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금(전 서울시의원)

 
 

지난 8월 18일은 김대중 대통령 서거 8주년이다. 동작동 국립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소에는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천 수백여 명의 정 재계 인사와 일반시민이 참석해 김대중 대통령의 유훈과 업적을 기렸다. 정권 교체의 영향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예년에 볼 수 없던 추도객도 많았다.

나는 매년 추도식 날 만큼은 외출을 삼가며 '김대중 자서전'을 읽으며 경건하게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서전 대신 '김대중 옥중서신'을 읽었다. '김대중 옥중서신'은 대통령이 되기 오래 전, 군사 독재 정권과 맞서 싸우다 감옥에 갇혀있을 때 가족에게 보낸 편지다. 1984년 5월 15일 도서출판 청사에서 발행하였으나. 불온서적으로 지정되어 일반 독자는 읽을 수 없었다.

편지 내용은 처와 자식에 대한 사사로운 감정 표현이나 억울함 또는 분노에 대한 토로가 아니다. 오히려 감옥이라서 600여권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는 고백처럼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학자다운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종교·철학·역사·문학 등과 관련한 수많은 고전의 문고본 같은 느낌이 든다.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미래와 직업에 관련해서 얽어야 할 책도 소개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김대중 옥중서신'은 1980년 11월부터 1982년까지 2년 동안 쓴 스물아홉 통의 편지에 불과하지만 330여 페이지의 책이 될 수 있었다.

특히 제1신부터 제5신까지는 죽음을 앞둔 사형수의 처지에서 쓴 글이라 유언장 같은 비장함도 있다. 제1신은 1980년 11월 21일. 아내 이희호 여사에게 "존경하며 사랑하는 아내 에게"라고 시작한다. "(중략) 죽음을 바라보는 한계 상황 속에서 자기 실존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 믿음속의 그것인가 하는 것을 매일매일 체험하고 있습니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제2신은 동년 11월 24일 사랑과 용서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글이고 제3신은 동년 12월 7일, 사향수의 믿음에 대한 미련이 잘 드러나 있다.

제4신은 짧은 면회시간 때문에 맏며느리에게 다 전하지 못한 아쉬움을 채워주는 글이다. 지아비 되는 큰아들(홍일)마저 감옥에 있는 상태의 절박함을 어찌 말이나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남편은 아내의 장점을 찾아 일깨주고 불의한 일은 적극 만류할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편지마다 말미에는 읽고 싶은 책(100여권)과 자식들뿐만 아니라 젊은이 들이 읽어야 할 책(60여권)에 대한 목록이 있다. 특히 '김대중 옥중서신' 가운데 1만 4000여 자의 관제엽서 편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