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장나무(Clerodendrum trichoto mum)는 마편초과의 낙엽활엽관목이다. 누리장 이름의 유래는 잎과 줄기에서 누릿한 장 냄새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지역에 따라 개나무, 개똥나무, 구린내나무, 구릿대나무, 노나무, 깨타리, 냄새나는 오동나무 뜻의 취오동(臭梧桐)이라고 부른다.

달걀 모양의 잎은 오동나무 비슷하나 양면에 털이 있다. 8∼9월에 엷은 붉은색의 꽃이 피고 10월에 짙은 푸른빛을 띤 자주색 열매가 열린다. 가지, 잎, 꽃, 열매 모두에서 원기소 냄새가 난다.

가지와 뿌리는 기침이나 감창(疳瘡, 매독으로 허는 현상)등의 약재로 어린잎은 데쳐서 나물로 먹었다. 열매는 남색을 내는 염료로 사용했다. 최근에는 꽃과 열매가 아름다워 관상용으로도 많이 심는다.

'원기소'라는 영양제가 있다. 하얀 플라스틱 병에 동글 넙적한 약간 갈색을 띤 어린아이들 영양제이다.

만화 검정고무신에서 기영이가 원기소를 먹는 장면도 나온다. 원기소는 1956년 처음 출시되어 60~70년대 잘사는 집들의 종합 영양제로 인기가 많았다. 식물효소와 곡물혼합분말로 만들었다.

나에 비해 허약했던 동생에게 원기소를 사 먹였다. 어찌나 부럽고 먹고 싶던지 선반에 올려놓은 원기소를 자주 훔쳐 먹었다. 약간 달짝지근하면서 황홀한 맛….

잊고 살다 대학 때 식물분류하러 산속에 들어갔을 때 원기소 냄새가 나 한참을 둘러봤다. 누리장나무였다. 보리효소 냄새가 나는 누리장의 향이 타임머신이 되어 어린시절 기억 속으로 강하게 이끌었다.

원기소를 매일 먹어서인지 지금은 동생이 훨씬 건강하다. 최근 서울약품에서 추억 마케팅으로 옛 원기소 제품을 몇 가지 기능을 더해 출시했다. 원기소는 누군가의 기억속에 숨어있는 많은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숲속 가장자리에서 아름답게 익어가는 누리장열매도 그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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