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전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는 강력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공포정치를 펼쳤다. 초회왕은 초나라를 멸망시킨 진나라를 정벌하기로 했고 관중에 먼저 도착한 자를 왕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나선이가 항우와 유방이었다. 항우는 파부침주(破釜沈舟), 배수진(背水陣)과 같은 고사성어처럼 자신이 선두에 서서 부하들을 극한상황으로 내몰아 필사적으로 싸우는 방식이라면 유방은 다른 사람의 지략을 빌려 가능한 한 싸우지 않는 방법을 취했다. 먼 길을 돌아 먼저 함양에 도착한 유방은 자신의 야망을 숨기고 절대 강자였던 항우에게 굴복 함으로써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

항우는 함양을 점령해 모조리 불사르고 초나라로 돌아와 초의제를 죽이고 스스로 패왕의 자리에 오른다. 항우는 유방을 견제하기 위해 진의 수도인 함양(咸陽)서쪽, 지도상으로는 왼쪽에 해당하는 한중(漢中)땅을 떼어준다. 한중은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척박한 땅으로 사람이 살아가기 힘든 땅이었다. 지도에서 보면 함양의 왼쪽에 해당되므로 중앙으로부터 벗어나 저 멀리 변방으로 밀려나는 것에서 좌천(左遷)이라는 말이 유래되었다.

좌천은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왼쪽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낮은 관직이나 지위로 강등되거나 외직으로 전근됨을 이르는 말로 속된말로 '찬밥신세'가 되었음을 말한다.

항우는 귀족출신에 용맹하고 전략이 뛰어났지만 유방은 농민출신의 무뢰한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유방은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실행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유방이 사면초가가 울려퍼지는 해하(垓下) 전투에서 항우를 제압하고 최후 승리자가 되었다.

"평창올림픽을 200일 앞두고 문화행사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카메라 세례를 받은 것은 마스코트 수호랑이 아닌 한 사람의 관료였다. 노태강 문화관광체육부 제2차관. 체육국장이었던 4년 전 당시 최순실 피고의 딸이 승마대회에서 우승을 놓쳤을 때 심판에게 의혹이 있다 라며 조사를 명령 받았지만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라고 보고서를 제출하자 '나쁜 사람' 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분개하여 좌천시켰다. 금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올림픽을 총괄하는 요직에 기용되어져 부활극이 화제가 되었다. "하루하루가 축제와 같은 문화올림픽으로 치루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히는 노 씨의 표정에는 부당한 요구에 굴하지 않았던 공무원의 긍지가 보였다" 8월 1일자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특파원이 작성한 온라인판 기사내용이다.

비록 좌천을 당할지라도 일이나 인생에 대한 생각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권력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와 줄줄이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되었지만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지킨 사람들은 인생이 더욱 풍성해진 것이다. 또 한 사람 국정원 대선개입을 수사하는 담대함으로 역린을 건드렸다가 좌천된 윤석렬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권력에 의해 좌천되고 시달림을 당한다 할지라도 정의를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인내하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진리는 2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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