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중 1학년 중퇴 박태영 씨
20년간 학교에 장학금 기탁

▲ 박태영 씨(뒷줄 오른쪽 두번째)의 화목한 가족사진이 눈길을 끈다.
▲ 박태영 씨(뒷줄 오른쪽 두번째)의 화목한 가족사진이 눈길을 끈다.

중학교 1학년 시절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50대가 후배들을 위해 20여년동안 해마다 100만원씩 꾸준히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어 훈훈함을 주고 있다. 특히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얼굴 없는 천사를 자청해왔고 3년 전에는 암 말기 판정까지 받았지만 모교와 후배들에 대한 사랑을 계속 이어가고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감동의 주인공은 올해 59살인 박태영 씨로 그는 45년 전 송지중학교 1학년을 다니던 중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아버지가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시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빚까지 남겨진 상태여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박 씨는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우연히 접하게 된 인테리어 목수일을 시작하며 점포나 사무실 등 실내 장식업을 배우게 됐다. 자신은 학업을 중단했지만 돈을 벌어 동생들의 학비를 충당했고 아버지가 남긴 빚을 갚는 등 누구보다 열심히 생활했다. 이같은 성실함은 주위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게 됐고 결국 자신의 회사를 운영할 정도로 자수성가를 이루는 원천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7년 IMF 사태가 터지면서 회사가 부도를 맞게 되고 소송까지 휘말리며 박 씨에게 또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그러나 박 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오뚜기처럼 일어서며 다시 인생을 되돌아보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박 씨는 "회사가 부도를 맞고 재판까지 진행되면서 내가 못 배운게 한이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며 "생활이 어려워 학업을 그만 두는 후배들이 없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에 그 때부터 장학금을 기탁하게 됐다"고 말했다.

3년 전에는 전립선암 4기라는 말기암 판정을 받았지만 역시 굴하지 않고 이를 이겨내며 모교와 후배들에 대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박 씨의 이같은 선행은 지난 6월 송지중학교에서 열린 18회 동창회에 그가 참석하며 밝혀지게 됐다. 박 씨는 학교를 졸업한 것은 아니지만 학교를 다녔으니 너도 동창회에 참석하라는 친구들의 계속된 요청에 동창회에 참석했고 45년만에 다시 교정을 걷고 교실을 둘러보며 펑펑 울었다고 한다.

박 씨는 "생존율이 50%인 상황이지만 열심히 치료하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며 "내가 살아 있는 한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을 계속 기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